대구시가 쏘아 올린 공이 정부의 손을 거쳐 국회로 가게 됐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 완화 이야기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 휴업일에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대형마트의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이나 ‘자정부터 오전 10시 영업 금지’ 제한을 푸는 방안도 지방자치단체별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협약에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비롯해 그간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전향해 상생을 논하기 위한 자리로 나왔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완전한 규제 완화까지 가려면 여론 조성을 비롯해 국회에서의 법 개정 등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년간 요지부동하던 상황에 변화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이제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규제 완화 논의에 나서는 지자체가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괄적인 제도 도입은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다. 더군다나 지금의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법 개정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일로 여겨진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야간, 주말 근로를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앞서 지난달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추진하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조 조합원 20명은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강당을 점거하고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이번 상생 협약에서 노동자 입장을 대변할 마트노동조합은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노조까지 자리하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더 어려울 것 같으니 원천부터 배제한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국민 여론이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6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68%)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절반가량(49%)은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경쟁 관계로 보는 응답자는 20%에 불과했으며,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때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도 16%에 그쳤다. 애초 영업을 규제하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으로 구매 수요가 이전하는 효과가 작다는 의미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개선사항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조사에서 상위 항목을 차지하는 것은 주차시설 등 접근성 개선과 원산지 등 상품에 대한 신뢰성 제고, 상인의 친절의식 제고, 신용카드 등 거래형태 개선이 대부분이다. 대형할인점 출점도 있으나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시장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가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반증한다.
일부 미흡한 부분도 있으나 상생의 토대는 꾸려졌다. 대형마트 업계는 규제 완화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중소유통업계의 역량 강화, 노동자의 건강권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 역시 중재 역할에 충실히 하는 한편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