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는 6일 각각 잠정 집계한 4분기 및 지난해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연간 매출액 30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조 원, 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 영업이익이 8.83%, 60.37%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8.58%, 69.00%씩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부진에도 투자 축소,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했다.
사업부분별 실적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DS(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0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의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방안 중 하나는 반도체 재고자산의 안정적인 관리다. 재고자산은 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감산 등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차세대 먹거리 개발이 꼽힌다.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시대에 맞는 고용량,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개발과 상대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 첨단 미세화 공정 개발 계획 등 이미 발표한 반도체 로드맵의 차질 없는 시행도 담보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가 전략을 수정할지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보여줬듯이 반도체 사업 부진이 심화한 것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잠정 집계한 결과 각각 21조8597억 원, 6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4분기보다 매출액은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1.2%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7466억 원과 비교해도 91.2% 줄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밑돈 것은 2018년 4분기(757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분기 21조1770억보다 3.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사상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한 83조469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감소한 3조5472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LG전자의 수익성 악화는 원가 및 물류비 상승, 고금리, 고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TV, 가전 등 주력 상품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영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VS(전장)사업부를 제외하고 TV와 생활가전 등 HEㆍH&AㆍBS 사업부에서 모두 부진을 겪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연결 실적으로 집계되는 계열사 LG이노텍의 실적이 70% 이상 하락한 탓도 있다. 지난해 말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아이폰14' 에 대한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규모가 감소했고, TV 사업은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며 "전장사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안정적인 주문 물량 유지 및 주요 원재료에 대한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및 TV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자동차 부품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반 광고 콘텐츠 사업 확대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