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지 1년 만에 고꾸라진 증권사들은 올해도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2일 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전략으로 고객중심, 리스크 관리, 수익성 개선 등을 꼽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고객에게 ‘쓸모 있는 플랫폼’이었는가를 한 번 더 자문(自問)해 봐야한다”며 “우리는 늘 고객에게 토탈 솔루션을 드릴 것을 다짐하곤 하지만 고객과 우리가 생각하는 토탈의 의미가 항상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필립스의 사례를 들며 고객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립스의 찻주전자는 물을 끓이는 본연의 기능과는 관계없지만, 수돗물의 석회를 거르는 필터를 간단히 더한 것만으로 많은 영국인의 사랑을 받게 됐다”라며 “고객에게는 그것이 차를 마시는 과정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작은 발견조차도 고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서비스의 한계를 긋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과 도전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고객 중심’을 최우선 가치로 WM(자산관리) 비즈니스 체질을 완벽하게 탈바꿈해야 한다”며 “연금과 노후 설계, 세무, 가업승계, 부동산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인고객에게는 임직원에 대한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법인 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차별화된 금융상품 공급, 오너와 CEO급 대상 고액자산가(HNW) 서비스, 생애주기별 금융솔루션 제공 등 PIB(자산관리+기업금융)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거센 파도가 유능한 뱃사공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미래에셋증권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 동맹과 전략적 혁신, 전문성과 경쟁력 제고는 위기를 기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우리 본업의 경쟁력을 높여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각 조직은 견고한 성장을 위해 전사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선제적인 위기 관리를 위한 리스크 관리 문화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업의 본질은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인 만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실질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만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라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로 단 한 번도 관리를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각 사업 부문마다 ‘프론트-미들-백’ 회사 전체 프로세스에서 전방위적인 리스크 관리 문화와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며 “나아가 호주의 대표 투자회사 맥쿼리와 같이 시장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한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사업 부문별 균형 성장을 주문했다. 강 사장은 “W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님 입장에서 자산 관리 전략을 재수립하겠다”며 ”부동산 위주 IB에서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IB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략형 리츠 등 영업을 다각화해 복합 불황에 대비하겠다”며 “한계 기업 대상으로 전략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등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사업 부문별 균형 성장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쉽고 편한 디지털 플랫폼의 구축과 핵심 성장 지역인 동남아시아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제시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우리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WM, 세일즈&트레이딩(S&T), IB부문을 중심으로 고객 및 자산의 확대, 시장 지배력의 강화, 신규 수익원 육성을 통해 사업모델을 더욱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병기 IBK투자증권 사장은 “격변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체질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했고,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으로 지속가능 이익 창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조조정을 겪은 다올투자증권의 이창근 사장은 “기존 사업 재정비와 신규 사업 발굴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응변창신(應變創新·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다)’으로 삼았다”며 “2023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시장 변화에 응변창신의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