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투기 등급 회사채 줄여야…가상화폐 투자는 신중히
여윳돈 포트폴리오, 30%는 예금 확보…이외 주식·부동산·ELS 등 추천
증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우려가 있었던 작년 한해를 뒤로 하고 글로벌 금리기조 전환에 대한 희망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새해가 밝았다. 2일 이투데이가 국내 증권사와 은행 PB(Private Banker) 8명을 대상으로 투자처와 투자법을 물어본 결과 8명 중 6명은 올해 투자 비중을 넓혀야할 상품으로 ‘주식’을 꼽았다. 반대로 줄여야할 상품은 예금과 투기 등급 회사채, 가상화폐를 지목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올해 투자를 늘려야할 상품으로 ‘주식’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 응답자 8명 중 6명(75%)이 국내외 주식과 주식 관련 상품을 추천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올해 들어 전환점을 맞고 금리인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거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조심스레 저가 매수를 고민할 시점이 올 거란 예측에서다.
홍성배 NH투자증권 이촌동WM센터 PB팀장은 “당분간은 테이퍼링 우려로 변동성 높은 구간이 이어질 듯 하나 추가 금리 인상이나 긴축 카드를 쓰기 어려운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금리 인상(2004~2006년)기에도 금리가 고점을 찍은 뒤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됐는데 당시 주식 시장은 이례적인 활황이 찾아 왔다”고 전했다.
이어 “주가 하락이 상당부분 진행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나스닥 대표기업 100개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며 “한국은 2차전지가 대표적인 유망 섹터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2Sub-지점장은 “지난해 주식시장은 금리인상기인 역금융장세에서, 본격적으로 역실적장세로 진입했다”며 “내년의 주가는 내후년의 경기를 선반영한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둔화되는 시기이지만 이미 주가에 선 반영됐기 때문에 주가는 바닥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금리인하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하는 의견도 나왔다. 설문 응답자 8명 중 4명이 택했다.
지광옥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PB팀장은 “장기국채는 경기 침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피벗(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 가능성을 고려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올해 투자를 줄여야할 상품으로는 ‘예금’과 ‘투기 등급 회사채’를 각각 3명이 택했다.
홍성배 PB팀장은 “지난해는 금리상승과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예금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며 “점점 높아지는 세금부담과 건보료 부담으로 인해 자산이 많으신 고객들은 해당 상품 비중을 줄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민혜정 우리은행 TCP 이촌센터 PB팀장은 “작년까지 투자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 및 원·달러 환율 상승이였지만 올해 가장 큰 리스크는 그 반대인 금리하락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 상품이나 주식·채권 인버스상품 환노출형상품 등에 대한 투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높은 금리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를 줄여야 한다”며 “경기침체로 기업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부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추천하지 않거나 지켜볼 것을 권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승희 한국투자증권 방배PB센터 팀장은 “기술적 해자가 반드시 나올 수 있는 분야이지만 아직 금융 신뢰도가 부족하고 루나, FTX 사태를 겪으며 도덕적 해이가 너무 큰 상황”이라며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부 움직임이 관찰된다면 작은 비중으로 진입하긴 괜찮으나 2분기까지는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규 하나은행 Gold PB부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 붕괴 및 신뢰 구축 과정을 지켜보고 난 후 투자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윳돈 1억 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기본적으로 예금과 채권 등 안전 자산을 30~40% 가량 보유, 안정성을 확보할 것을 추천했다. 이어 나머지 비중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 등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권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 지점장은 “국내채권 30%, 국내주식 30%, 미국주식 30%, 유동성 10%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민혜정 PB팀장은 “최근 금리 인상으로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4%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정기예금 및 저축성보험에 30%, 기초자산이 일정부분 하락해도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지수형 ELS 40%를 권한다”며 “금리가 인하될 경우 반등이 예상되는 리츠와 금리 하락 시 기본 채권 이자에 추가적인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형펀드에 각각 15%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