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런 위기는 없었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IMF-서브프라임-코로나를 돌이켜보면 항상 위기는 이렇게, 예상과 다르게 다가왔다. 2022년 초만 해도 증권사들은 코스피 3000은 거뜬하다고 했지만 현재 지난 20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증시에 쏠렸던 자본은 빠져나가고 있다. 부동산은 특유의 하방경직성에도 불구하고 30%씩 빠지는 곳이 속출한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누구나 소망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점쟁이는 불황이 가장 큰 호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점쟁이에게 미래를 맡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업가는 어떨까? 아무래도 미래를 직접 만들어가는 직종인데, 좀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 스타트업의 3년 내 생존확률은 10% 미만, 5년 내 생존확률은 3% 미만이라고 한다. 창업자에게도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미래는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50년 전인 1972년 국내 10대 재벌 중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삼성, LG, 현대 3사에 불과하다. 시스템과 자원으로 무장한 대기업조차도 그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워서 청문회에 불려가서 곤욕을 치르기도, 어쩌다 대박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것은 창업을 여러 번 경험한 나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 시절 삶에 떠밀려 첫 창업을 시작한 후 20년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업은 어려웠다. 그때 그때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며 극복해왔고, 각 사건의 원인을 복기하며 성장했지만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마 삶 자체가 예상하지 못한 일로 가득하기 때문이리라.
인생에서 예상대로 된 일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시작한 첫 창업은 생각보다 크게 잘못되었고, 그때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개인 투자는 시작이 너무나 좋아서 큰 기대를 거듭해가며 성장했지만 나중에 손해를 안겨주기도 했다. 어머니는 늦둥이 아들이 늦게나마 철이 들어가며 어른이 되는 것도 채 다 보시지 못하고 떠나셨다. 때로는 야심차게 추진한 일에서 저조한 성과를 내기도 했고,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 낭떠러지에서 등을 떠밀어버리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깜깜한 밤에 시골길을 불꺼진 자동차로 가면서, 뒷 창문으로 밖을 보며 운전하려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신의 영역일 것이다.
그런데 삶의 수레바퀴란 참 기묘해서 과거 시도한 외식업, 제조업, 플랫폼 사업 등이 결합되며 커피 산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주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했던 야심의 어긋남이 쌓이자 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성과보다 고객을 바라보자 의미있는 사업 모델이 드러났고, 인연에 집착하지 않고 바라보게 되자 더 좋은 연결이 이어졌다. 어려움이 왔을 때 나에게 삶이 알려주려 하던 것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2023년은 계묘년이다. 같은 계묘년이던 1783년, 영국은 몇 년 못 가리라 예상하며 미국의 독립을 승인하였고, 미국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1903년도 계묘년이다. 두 형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고, 자본이나 사람 등 많은 것이 당시 경쟁하던 라이벌에 비해 너무나 부족했지만, 모두의 비웃음을 이겨내며 인류에게 하늘길을 열어주었다. 영국의 우산 아래 살던 미국의 주역들과, 불가능하다는 핀잔에 쌓여있던 라이트 형제도 아마 어려움을 만났을 때면 이런 주문을 읊지 않았을까? ‘이것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하는가?’
이 주문은 문제를 이겨내고, 용기를 일으키며, 행운을 불러온다. 건강과 우정과 웃음을 인생에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놀라운 주문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계묘년 새해, 어려움이 삶을 가로막는다면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 ‘이것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