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의무사항 모두 인지 38.8%…긍정보다 부정 영향 2배↑
법률 폐지 및 산안법 일원화,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 등 원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300일이 지났지만 기업 10곳 중 1곳만이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법률 개정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5인 이상 기업 1035개사(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중처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하는 중처법은 1월 27일 시행됐다. 5~49인 사업장은 2년 간 적용이 유예됐다.
이번 조사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중처법 시행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모든 의무사항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8.8%에 그쳤다.
경총은 "최근 중대재해가 사회이슈화 되면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법령상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규정(산압법상 1222개)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중처법 의무에 대한 대응능력이 ‘충분하다’는 답변은 13.6%에 불과했다. ‘부족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86.4%로 나타났다.
대응능력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부족’(46.0%),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6.8%), ‘과도한 비용부담’(24.5%) 순이었다. 규모별로 중소기업(300인 미만)은 ‘전문인력 부족’(47.6%)을, 대기업(300인 이상)은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50.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중처법 시행이 기업 경영활동에 ‘긍정적인 영향’(29.5%)보다 ‘부정적인 영향’(61.7%)을 미친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기업활동에 있어 중처법 시행은 안전투자 확대 등과 같이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무거운 형벌조항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1.5%가 중처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였다. 중처법 개선방향으로는 ‘법률 폐지 및 산안법 일원화’(40.7%)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35.4%), ‘처벌수준 완화’(20.4%) 순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48.7%), 300인 미만은 ‘법률 폐지 및 산안법으로 일원화’(42.2%)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2년 간 유예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에 대해서는 89.8%가 유예기간 연장이나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산재예방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중처법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후속조치 과정에서 중처법의 모호성과 과도한 형사처벌을 개선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이명로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한 여건에서 법 적용 전에 중처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무리한 법 적용으로 범법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