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상영 형태는 다양하다. 기본 상영인 2D와 입체 상영인 3D 버전이 마련됐고, 극장에 따라 3D와 특수관을 결합한 IMAX 3D, 4DX Screen, 3D Dolby 등의 버전을 다수 마련했다.
적어도 ‘3D+a’ 조합으로 관람할 것을 권한다. VFX 영화, 게임 시네마틱, 메타버스 등 이미 CG 기반의 다채로운 영상 콘텐츠에 충분히 노출돼 있는 관객에게 2D 버전 ‘아바타: 물의 길’ 영상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바타: 물의 길’ 3D 시퀀스 중에서는 초당 48프레임(48fps)으로 촬영된 분량도 있는데, 2D 버전에는 이 영상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9일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역시 “2D 영화에서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3D 영화에서 빠른 움직임이 있을 때 하이프레임 같은 기술적 요소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3D에서만 누릴 수 있는 영상의 묘미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국내 모든 극장이 3D 상영 시 48프레임 영사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CGV는 용산아이파크몰, 왕십리, 천호 등 IMAX 3D 3개 상영관에서, 롯데시네마는 14일 기준 월드타워, 신림, 용인기흥, 용인역북 등 7개 3D관에서 상영한다. 메가박스는 홈페이지 예매창에서 ‘HDR HFR’이 표시된 상영 회차를 선택하면 된다.
안경을 끼는 관객이 3D 버전을 관람할 경우 렌즈 착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안경 위에 3D 안경을 덮어쓰는 방식으로 관람하게 되는데, 3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코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은 부부가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시점에서 재개되는 이야기다. ‘아바타’ 이후 15년이 지났다는 설정이다.
부활한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을 필두로 무장한 인간들이 다시 판도라 행성으로 침략해오자, 제이크 설리 가족은 나비족을 떠나 바다에서 기거하는 물의 종족 멧카이나족에 의탁한다.
이때 ‘아바타’에서 제이크 설리의 손과 발이 돼 줬던 비행 동물 이크란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크리쳐 일루가 등장한다. 주인공들을 태우고 상공과 수중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리 지어 움직이는 역동적인 일루 시퀀스는 신작이 부제목으로 ‘물의 길’을 택한 이유를 가늠케 할 정도로 상징적이다.
몸집이 90m에 달하는 바다 생명체 툴쿤 시퀀스도 주목할 만하다. 제이크 설리의 둘째 아들이자 극 중 비중이 가장 큰 인물 로아크(브리튼 달튼)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지성과 감성으로 종횡무진한다.
모종의 이유로 살아 돌아온 쿼리치 대령과 가족을 지키려는 제이크 설리가 대결하는 막바지 액션 사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자신의 전작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 듯한 결말부 등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2009년 개봉해 지금까지 전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바타’도 밋밋하고 편의적인 서사에 대한 비판만큼은 피하지 못한 바 있다. 서사가 아닌 볼거리가 중요한 영화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바타: 물의 길’도 동일한 아쉬움은 남는다. 제이크 설리는 “아버지는 지키는 존재”를 강조하며 초지일관 ‘엄격한 가장’ 입장을 고수한다. “가족은 함께 있을 때 강하다” 등 가족상에 관한 한 다소 전통적인 메시지를 답습한다.
서사의 구조도 ‘아바타’ 당시와 거의 동일하다.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의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전사로 성장했던 과정이 제이크 설리의 자식들과 멧카이나족 사이에서 동일하게 반복된다. 종족간 갈등과 해소, 인간의 탐욕과 침략, 대규모 전투로 이어지는 결말부 등 지극히 유사한 구조다.
3시간 1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자체가 긴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내한 당시 “같은 돈을 내고 더 길게 보면 좋은 것 아니냐”고 눙쳤지만,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각은 언제든 흥행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