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입력 2022-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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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12월 7~10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각자의 의도를 담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금의 미국과 사우디 관계를 생각할 때 세계 지정학·지경학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는 하나의 사건이다.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두 달 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 카르텔 ‘OPEC 플러스’는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함으로써 미국과 사우디 관계를 냉각시키는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반세기 넘게 국제 석유 정세를 안정시켜 온 미국과 사우디의 특별한 우호 관계가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에 있어서 중동은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중요한 전략지역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요충지이며, 주요한 석유 공급원이다. 미국으로서는 셰일 혁명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의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 낮아지면서 중동 국가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면서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에 쐐기를 박아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원유 무역 규모를 키우고 유전 탐사 개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사우디는 에너지와 통신기술을 포함한 전략적 포괄협정을 체결했다.

화웨이는 2022년 2월 수도 리야드에 해외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업했다. 사우디는 중국 당국이 개발에 주력하는 군사용 드론의 주요 수입국이다. 시 주석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미래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 경제로부터의 탈피를 위해 중국 기술과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는 중국이 추진하는 중동 정책의 발판이 된다. 중국은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통화 체제에도 도전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의 아랍국가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유 거래는 달러 표시 결제가 국제적인 규칙이다. 사우디는 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를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하는 구조를 뒷받침해 왔다.

미국은 2000년대부터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중동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2008년까지 연간 5억 배럴을 웃돌던 사우디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2021년 1억300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수출·수입 거래액의 20% 가까이를 차지한다. 경제개혁을 서두르는 사우디는 중국의 기술과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발언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중동 비중 감소라는 장기적 변화와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와의 좋지 않은 관계라는 단기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탈탄소 트렌드 속에서 석유 수입국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미국이 빠진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석유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빠른 속도로 접점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의 적대적인 관계를 감안하면 사우디의 친미 노선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 미디어들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사우디가 제3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만일 미국이 중동에 컴백한다면 중동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중국은 적극적인 중동 자원국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중동 붐의 기선을 잡는 데 신경전을 펼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많은 돈과 시장·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중국과의 승부는 매우 어렵다. 일본도 민관 합동으로 중동에 뛰어들고 있다. 중동을 둘러싸고 한 치도 한눈팔 수 없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도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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