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기나. “회계합시다”

입력 2022-12-11 06:54 수정 2022-12-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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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 시가총액 2조 원(시총 순위 20위권)을 넘나드는 코스닥 우량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에서 2018년 입사한 재무관리팀장 이 모 씨가 회사 자기자본의 90%가 넘는 2000억 원대의 횡령을 하고, 이 돈으로 다른 회사 주식에 투자해 공시까지 됐는데도 회사나 감사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서울제약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행위로 당기 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인에게 허위 매출 거래 증빙을 제출해 감사인의 외부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법인인 에스에스알도 매출을 과대계상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고발 대상이 됐다.

열거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올 한해 자본시장은 회계 참사로 얼룩졌다.

자본주의 선진국이라고 회계부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는 7년간 2248억 엔(2조2000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카메라 업체 올림푸스는 11년에 걸쳐 17억 달러(2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가 들통이 났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에너지 기업 엔론과 통신회사 월드컴이 각각 15억 달러(1조8000억 원)와 38억 달러(4조5000억 원)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선진국이 한국과 다른 점은 회계부정을 일벌백계로 엄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이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거나 약한 처벌을 받는다. 지난 2015년 39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건설에 내린 처벌은 과징금 20억 원이 전부였다.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회계원칙’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의결한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자산 1000억 원 미만 상장회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가 면제된다. 소규모 상장사는 거래 규모가 작고, 사업구조가 단순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이행비용이 편익을 초과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뿐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꺼낸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도 우려스럽다. 금융당국은 대형 비상장사의 범위도 기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키로 했다. 대형 비상장사는 상장회사와 같은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 주기적 지정제 적용, 3년 연속 동일감사인 선임 등 높은 회계 관련 규제를 받는데 이 범위를 축소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비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범위도 현행 모든 종속기업에서 외부감사법 적용 대상 종속기업으로 축소한다.

중소기업의 회계부담을 던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심심찮게 터지는 회계부정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금융위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공시 내실화와 신고포상금 확대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통째로 맡기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처벌을 강화는 게 다는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회사의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기업에서 회계 장부를 조작하거나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불가능해지고, 시장 자본주의는 기능을 멈출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주가가 추락하거나 상장폐지 된다면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개미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는 소비를 위축시켜 나라 경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문제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외국인 투자들의 발길을 이웃한 중국이나 홍콩 등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이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투자자들은 정부 관련 기관에만 의지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자기 재산을 지키기 어렵다. 스스로 건전한 기업과 불건전한 기업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기업에 관한 정보의 70~80%는 회계정보로 나타난다. 기업의 회계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아놓은 보고서를 재무제표라고 한다.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상태를 이해하고 경영성적을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투자자가 자본시장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눈뜬장님이 되지 않으려면 그 기업에 대해 재무상태의 건전성이나 경영성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뿐만이 아니다. 그 사회가 건전하고 투명하려면 일반인들도 재무제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회계를 모르면 우리 경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인 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부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의 활동을 제대로 감시 견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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