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 가속화...“K칩스법 통과 시급”

입력 2022-12-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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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성균관대 교수 반도체공학회 종합학술대회 강연
올해 3분기 TSMC 반도체 매출 1위로 삼성전자 추월
중국 SMIC 빠르게 성장하며 파운드리 분야 ‘잠룡’으로 등장
미국 반도체 사수 전략...8월 반도체칩과 과학법 의회 통과
K칩스법 민주당 ‘대기업 특혜’ 주장으로 4개월째 국회 계류
김용석 교수·양향자 의원 “K칩스법 통과 시급”

▲이난희 기자(@nancho0907)
▲이난희 기자(@nancho0907)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공학회 부회장)는 7일 열린 제5회 반도체공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의 연내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 특위)가 내놓은 K칩스법은 4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교수는 반도체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매출 1위를 달성한 그래프를 보여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대만의 TSMC에 1등 자리를 내줬다”며 우려했다.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가 1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가 2위지만, 중국 SMIC도 치고 올라가면서 반도체 패권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53.1%), 삼성전자(17.1%), SMIC(5%) 순으로 집계됐다. SMIC는 시가총액 기준 SK하이닉스 수준(62조 원)의 기업으로 미국의 제재에도 2020년 대비 2021년 138%의 순이익을 내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부상으로 반도체 패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기 중국을 WTO에 가입시켰고, 이후 중국은 2010년에는 GDP 규모로 봤을 때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를 기록했다”며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 시절 중국 견제가 시작되면서 트럼프 정부 시대부터 본격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이 지난해부터 반도체 사수 전략에 들어갔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웨이퍼를 들었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지난해 4월 미국이 자동차 사업에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공급이 안 돼서 이를 위한 대책으로 반도체 회의를 시작했다지만, 속뜻은 공급망 주도였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사실상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제이크 설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삼성전자와 TSMC 외에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인텔과 글로벌 파운드리·마이크론, GM·흐포드, 구글·AT&T·델 등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미국이 20세기 세계를 이끌었고 다시 주도할 것”, “중국은 기다리지 않는다”, “반도체는 초당적 문제이고, 일자리·미래를 위해 협력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를 안보의 영역으로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이후 6월 미국은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고, 칩4동맹을 제안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올해 8월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를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총 2800억 달러(약 367조 원)를 투입했으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390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지원하고 동시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이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작년부터 굉장히 정교한 방향으로 반도체 육성 방안을 하나하나 추진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미국 의회는 여야 대립 없이 초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의 대응을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며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이 K칩스법인데, 8월 4일에 대표 발의되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심의 한 번 못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K칩스법의 두 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재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이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을 두고 ‘대기업 특혜’라고 주장하면서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가) 진전이 없다”며 “대기업도 (반도체 공장) 라인 하나를 설립하는데 15조 원가량이 든다. 대기업 특혜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반도체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말하며 △설계, 공정, 패키징, 소자 등 분야별 전문대학원 설치 △산업체 우수인력 교육전담교수(전임) 채용 △대학, 전문대학, 고교 등 커리큘럼 검토 및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칩스법을 진두지휘한 양향자 의원도 축사에서 “경쟁국은 뛰는데 우리는 멈춰 있다”며 “한순간의 실기가 영원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더는 주저할 수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K칩스법 통과를 강조했다.

양 의원은 “대기업특혜론, 지방소외론이라는 프레임으로 법안의 본질을 훼손하고, 처리를 지연시키기도 한다”며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K칩스법의 통과를 위해 반도체인 여러분께서도 큰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주시기를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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