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들과의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바이오 업계 투자가 경직된 시점에서 제약사는 유망기술 선점, 바이오벤처는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win-win) 전략이라 평가받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오픈 이노베이션이 점차 확대돼 중견·중소 제약사까지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기술 협력에 관심 있는 국내 유망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이노베어 공모전 2기’를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대웅제약은 △창업 △기술협력 △초기 시드 투자 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기술창업 투자프로그램 팁스(TIPS) 연계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웅제약은 최종 선발된 예비 창업팀에게 1억 원 규모의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 및 엑셀러레이팅을 제공하며 대웅제약 임직원과 공동 창업할 경우, 추가 연구개발(R&D)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기 공모전에서 ‘바이오옴에이츠’, ‘뉴다이브’, ‘시너지AI’, ‘메디아이오티’ 등을 선발해 육성해오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무게를 실어 왔다. 50여 개의 회사에 지분투자를 실시해, 국산 신약 31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개발 등의 결실을 맺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2018년 임상 2상까지 마치고 얀센에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9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개발기업 ‘에이투젠’ 지분을 인수했다. 이번 지분 인수로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과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확대에 나선다. 프로젠과의 바이오 혁신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두 회사는 프로젠이 보유한 다중 표적 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 기초연구 협력,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의 공동개발 추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8월에는 에이프릴바이오와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기술 라이선스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신약 발굴에 팔을 걷었다.
JW중외제약은 올해에만 5개 국내 바이오기업과 협력을 맺고,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온코크로스와 AI플랫폼을 활용해 신약후보물질의 신규 적응증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어 5월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모델을 활용해 비임상과 임상 사이의 중개 임상을 강화, 신약 개발의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올 6월에는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와 저분자 항암신약을 탑재한 타깃형 엑소좀 치료제 공동연구, 디어젠과 AI 기반 혁신신약 개발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달에는 에스엔이바이오와 전략적 투자(SI)계약을 맺고 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5.1%를 확보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에 지분 투자해 ADC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이번 지분투자에 앞서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와 플랫폼 기술실시 옵션 도입 계약과 공동연구 계약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후보 물질에 피노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ADC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경동제약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혁신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이유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에이앤엘바이오, 헥사파마텍에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올해는 아울바이오에 대한 지분투자, 인세리브로, 이노파마스크린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검증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바이오산업 전체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며 “기업 간 교류를 통해 바이오 벤처기업은 투자금을 확보하고, 제약사는 유망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