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약범죄로 입국금지됐어도 5년 지나면 비자발급 다시 판단해야”

입력 2022-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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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뉴시스)
▲서울중앙지법(뉴시스)

마약 범죄로 입국 금지 결정이 내려졌어도 5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면 비자 발급에 대한 심사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마약 범죄를 저질러 입국 금지 결정을 받은 A 씨가 B 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증(비자)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A 씨는 2009년 9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재외동포다. 하지만 2014년 4월 마약 범죄로 징역 2년6개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국 명령을 받아 2015년 7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법무부는 A 씨의 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6년의 세월이 흐른 뒤 A 씨는 B 영사관에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지만, 영사관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등을 근거로 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영사관의 처분에 A 씨 측은 “경제활동에 큰 지장이 초래되었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단절됐다”며 “범행의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고 마약 범죄를 저지른 뒤 입국 금지 기간이 지나 재입국이 허용된 사례들도 있다”고 주장하며 사증발급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영사관은 A 씨에게 사증을 발급할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사증발급거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A 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 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입국 금지 결정을 받고 약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진 사증발급거부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는 등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입국 금지 결정만을 사유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 불행사로써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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