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프로젝트 앞두고 현대차 지영조 사장 퇴진 배경은?

입력 2022-11-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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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컨트롤타워 신설
12월 중 ‘글로벌 전략 오피스' 역할 결정
모빌리티 솔루션 짜낸 지영조 사장 용퇴
빈살만 ‘네옴시티’ 앞두고 이례적인 인사

▲지영조 전(前)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지영조 전(前)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짜낸 지영조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이 물러났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구상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앞둔 가운데 이례적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0일 현대차그룹은 최고창조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사장 승진 등 일부 계열사의 사장과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주요 신사업 분야인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이동수단과 연계한 고객 경험 디자인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브랜드 정체성 강화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가 부사장 승진 내정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룹에서 미래사업을 맡았던 이 신임 부사장이 수소와 스마트 물류,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글로비스 수장을 맡게 돼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냐고 관측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1959년생인 그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전략기술본부를 만들고 주도해 왔다. 삼성전자에서 기획팀장 부사장을 지낸 그는 2017년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으로 영입돼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끌어냈다. 동시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전략기술본부를 꾸리면서 국내외 각 기업의 기술 전문가는 물론 회계·법무법인, IB 인력을 충원하며 1년 만에 200명이 넘는 대형 조직을 키워냈다. 기술력이 뛰어난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정 회장이 이들을 통해 직접 사업에 관여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룹 안에서 지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의 입지가 다소 좁아졌다. 2020년 미국 CES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공개한 이후 그의 역할론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었다. 지난해 4월 그룹 신사업 추진을 맡아온 전략기술본부가 ‘이노베이션 담당’으로 바뀌면서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때 전략기술본부가 맡았던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인 모빌리티 분야를 떼어낸 것은 물론, 일부 추진 사업을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 등 “그룹 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흘러나왔다. 전략기술본부가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을 새롭게 구성한 ‘TaaS본부’에 맡긴 점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이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변신을 공언하면서 TaaS본부에 큰 힘이 실리기도 했다. 지 사장이 거느리던 이노베이션담당 인력이 TaaS본부로 재배치되기도 했다. 이노베이션 담당과 TaaS본부의 사이에서 교집합이 커진 때도 이때였다.

▲사진 왼쪽부터 CES 2020 미디어 간담회에 나선 신재원 UAM사업부 부사장, 정의선 수석부회장(당시),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아트 마크먼 텍사스대 교수, 이상엽 디자인센터장의 모습.  (김준형 기자 junior@)
▲사진 왼쪽부터 CES 2020 미디어 간담회에 나선 신재원 UAM사업부 부사장, 정의선 수석부회장(당시),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아트 마크먼 텍사스대 교수, 이상엽 디자인센터장의 모습. (김준형 기자 junior@)

무엇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주목받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의 용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전환을 가속하고자 컨트롤타워 조직인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를 신설하기로 했다. GSO 부문별 인사와 세부 역할은 12월 중 결정된다.

GSO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빌리티 서비스 관점에서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대내외 협업과 사업화 검증을 담당할 예정이다. 또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어 미래 전략이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실행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장단의 역할과 인사 배경에는 그룹의 방향성이 담겨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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