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이태원 참사와 서울시 재난안전 관리

입력 2022-11-29 05:00 수정 2022-11-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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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태원 참사는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재난안전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제 그 방관에 대해 책임을 질 시간이다. 먼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정치적, 감정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 참사의 관계 법령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경찰법 등이다.

현행 재난안전법 제4조는 자치단체는 국가와 함께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난관리 책임기관이다.

다음으로 현행 경찰법 제3조와 제4조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경찰의 임무로 명시하면서, 특히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는 자치경찰의 사무로 하고 있다. 자치경찰 총괄 책임은 광역자치단체장이다. 이태원 참사 관계 법령인 재난안전법, 경찰법 모두 책임기관을 서울시로 가리키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항상 그 조짐이 있고 이유가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의 전체 예산은 47조8000억 원에서 57조2000억 원으로 19.6% 증가하였고, 안전 예산도 379억 원에서 439억 원으로 15.9% 늘었다. 그러나 이는 안전 관련 국비 지원이 66억 원에서 127억 원으로 92% 증가한 결과이다. 오히려 서울시비는 같은 기간 337억 원에서 315억 원으로 6.2% 감소하였다. 특히 ‘시민 안전교육 강화’ 사업비가 10억 원 줄었고, 서울안전통합상황실 운영 및 개선사업(3억6000만 원), 서울안전통합센터 충무시설 유지관리(5억6000만 원), 건설안전 문화정착, 안전사고 포상제 운영 등의 예산도 감소했다.

서울시 재난상황 관리 관련 부서인 안전총괄실은 2022년 2월 주요 사업으로 ‘불확실한 재난 현장에 대비한 위기관리 능력 제고 및 관계기관 협업으로 상시 대응체계 구축하여 재난수습 대응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 대응 역량 강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10월 29일 저녁 9시 신고가 폭증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는 것은 서울시 안전총괄실의 ‘신속한 상황전파·돌발상황 문제해결 역량 및 불시 상황 훈련을 통해 돌발상황 문제 해결’ 훈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안전총괄실 재난상황 관리 사업 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 있는 ‘재난 및 안전대책 관리’ 예산은 전년 대비 4000만 원 감소했는데, 더욱 문제는 사업내용이 한파·폭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사회재난에는 취약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통합재난관리시스템 유지관리’ 사업비가 2억2000만 원 편성되어 있지만, 참사 당일 신고 폭증에도 적절한 재난안전 정보를 신속하게 시민들에게 제공하지도 못했다.

물론 서울시 안전예산의 감소와 부실한 정책설계가 이번 참사와 직결된다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예산과 정책은 지방정부의 재난안전에 대한 개입 정도를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특·광역시는 경기도 등 광역도의 시군 단위와 달리 자치구에 대한 세제 및 예산의 개입과 통제가 강하다. 용산구청의 책임도 크지만 이 정도의 대형사고는 자치구의 범위를 넘어선다. 시민의 재난안전 관련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나서서 책임 있는 모습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가 참사 전 개입에는 실패했지만, 참사 후 개입에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천만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시가 안전해야 대한민국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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