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경제위기 잇단 경고음,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

입력 2022-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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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경제위기는 오래 누적된 위험요인이 어떤 충격에 의해 일시에 분출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사건도 비슷할 것이다. 1997년으로 가보자. 기업은 무리한 차입에 의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였다. 은행은 위험관리의 개념이 없었다. 경상수지는 1996년에 23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여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하였다. 소비자물가는 연 5% 내외의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환율은 비정상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당시 한국 경제는 기업과 금융 부문이 극도로 취약해진 데다 거시경제의 불균형이 장기화하여 조그만 충격에도 무너지는 구조였다. 지금의 한국 경제도 어려움이 많은데 대응은 불안해 보인다. 정치인들의 이상한 행동과 정책당국자들의 안이한 대처가 계속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위기도 온다. 정책 담당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외환당국, 금융감독당국, 통화당국으로 나누어 간단히 제시해 보려 한다.

첫째, 외환당국(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기대하면서, 달러화의 강세가 멈추기만 기다려 왔다. 운 좋게 며칠 전부터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외국자금이 들어오면서 원화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대로 달러화의 강세가 멈춘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만병합 시도, 북한의 강력한 도발 등의 충격이 있다면 환율이 다시 폭등할 수 있다. 외환관리는 항상 최악의 상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도움이 되겠지만, 영국의 사례를 볼 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 원화의 국제화 등 전제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영국은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어 있는 나라지만, 트러스 전 총리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파운드화의 폭락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 1997년 때와는 달리 순채권국으로 풀뿌리 외환보유고가 있다. 외환당국은 이를 활용해 스스로 원화를 지킬 능력을 길러야 한다. 기업과 개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혜택을 주어야 한다. 1997년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애국심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정책 방안은 팔리지 않는 채권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식을 매입하는 위기대응특별펀드를 조성하고, 이 펀드에 해외에서 돈을 들여와 일정 기간 투자하는 경우 비과세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기대효과가 많다. 환율 안정,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안정, 국내 주식시장의 내국인투자 비중 증대 효과 등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원화 강세 시기에는 자금이 해외로 나가고, 약세 시기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이 유리하도록 제도화하면 더 좋다.

둘째, 금융감독당국(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12월에 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비슷한 것을 만들고,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지금은 2008년과 달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으며, 또 하나는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환수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먼저 자신의 본분인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을 확실히 하고 옥석을 가려주어야 할 때이다. 증권사의 경우, 다 알려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의 부실화 가능성과 함께 외환건전성까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뿐 아니라 캐피털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도 유사한 부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증권사나 모든 PF 금융이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인은 이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최악의 상태를 상정하고 반응한다. 문제가 없는 증권사까지도 유동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PF 금융과 외화건전성을 정밀 검사해 개별 증권사의 생존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자본적정성이 훼손된 증권사는 대주주에게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안 되는 경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어 캐피털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으로 건전성 검사를 확대해 나가면 위기확산을 막을 수 있다. 1997년에도 종금사가 먼저 문제가 되었는데, 이를 방치하여 부실이 은행에까지 파급되어 위기가 더 커진 것이다.

셋째, 통화당국(한국은행)은 반성과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그간 편파적인 통화정책으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 지난 총재 때의 일이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과 집세가 크게 오르고 금융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즉 빚내 집 사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시장 동향을 보면, 그간 집값·집세 폭등과 가계부채 누증의 핵심 원인이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했던 데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를 반성하고 앞으로는 통화정책을 경제주체의 이익에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제의 기본은 신뢰이다. 경제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국 달러 지폐에 쓰인 글귀(IN GOD WE TRUST)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미국과 같이 집값이 반영되도록 통계청에 요구하여야 한다. 안 되면 미국 연준이 중요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지수와 같은 새로운 물가지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엉터리 논리로 과도한 저금리정책을 펴왔다. 집값 집세는 국민의 실질 구매력과 직결되어 있고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경제현실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다. 이도 이제 알 만한 전문가는 다 알아서 더 이상 국민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신뢰는 정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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