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손님 맞는 이재용, 나델라ㆍ베닝크ㆍ빈살만 잇단 방한

입력 2022-11-14 15:17 수정 2022-1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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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ㆍ16ㆍ17일 한국 공식 일정…동반자적 관계 유지 노력
삼성물산 재판 일정 고려, 빈 살만 '승지원 회동' 만찬 유력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잇달아 방한하는 글로벌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을 맞이하며 숨 가쁜 한 주를 보낼 전망이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 피터 베닝크 ASML CEO가 한국을 찾는다.

방한 인사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식 일정에 나서는 나델라 CEO는 15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한국MS 개발자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나델라 CEO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방한한다.

베닝크 CEO는 16일 경기도 화성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ASML 뉴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한다. 베닝크 CEO는 지난해 11월 방한해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은 2020년 이후 매년 한두 차례씩 한국을 찾고 있다.

이어 17일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온다. 빈 살만 왕세자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간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빈 살만 왕세자는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710조 원)에 이르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NEOM) 시티' 사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방한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MS의 나델라 CEO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미래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도체 부문의 초격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2018년과 2021년 나델라 CEO와 만나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에도 나델라 CEO를 만나 전략적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이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은 베닝크 CEO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ASML은 반도체 첨단 미세 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컨테이너박스 크기의 EUV 장비 1대 가격이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지만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삼성전자와 함께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쟁탈전이 거세다.

이 회장은 ASML 뉴캠퍼스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베닝크 CEO의 방한 일정 중 따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이후 5개월 만에 이번에는 한국에서 베닝크 CEO를 맞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오너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ASML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뉴삼성'을 향해 가는 이 회장이 베닝크 CEO를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서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함께 만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5대 그룹 회장은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환담한 바 있다. 이후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는 17일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 출석하는 만큼 '승지원 회동'이 재연될 경우 만찬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의 핵심인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고 있다. 각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등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선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한이 대규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수주 성공 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5G 등 차세대 통신 사업에서 대규모 수주를 이끌어 내는데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된 것으로 안다"면서 "해외 유력인사들과의 이번 만남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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