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웃기고 있네' 김은혜·강승규 퇴장…장제원 “의원들 부글부글” 맹공
숨 죽이는 비윤계...두려운 ‘배신자’ 이미지
전당대회 전 당권 향방에 눈치싸움
주호영, 14일부터 선수별 간담회 개최...내홍 수습 나서
尹 지지율 따라 갈등 다시 분출할 수도
이른바 '웃기고 있네' 사태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친윤(친 윤석열)’과 ‘비윤(비 윤석열)’의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용 의원은 10일 의원총회에서 ‘필담 논란’을 빚은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국정감사장에서 퇴장시킨 것을 두고 주호영 운영위원장(원내대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장제원 의원도 “의원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내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에서 당무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는데, 내년 총선까지는 이렇게 갈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조 친윤’ 장 의원은 10일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필담 가지고 (두 수석을) 두 번을 세워서 사과시켰다. 벌을 두 번 준 것이다. 대통령의 수석 참모지 않나”며 “그래놓고 퇴장을 시킨다는 게...”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의원들이랑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 우리 당원들이 모욕감을 느낀 것 아니냐,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며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초선인 이용 의원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홍 발단은 두 수석의 퇴장이지만 그 이전부터 파열음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경찰이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여권에서는 적잖은 요동이 쳤다. 여론은 책임자 경질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4일 미디어토마토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73.1%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0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관련 책임자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 73.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권 주자만이 공개적으로 이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맹공을 퍼부은 것과 달리 ‘비윤계’는 조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거취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서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언급은 철저한 진상 확인 뒤 권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 ‘정치적 책임’을 언급한 것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이 장관의 유임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런 가운데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배신자’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만 봐도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창조경제는 경제성장의 해법이 아니”라고 비판했다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다. 대통령 경고 이후 13일 만에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당대회 전이라는 점도 비윤계 의원의 침묵 이유로 꼽힌다. 차기 당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쥔다. 당협정비나 전당대회 등 차기 총선과 맞닿은 대형 이벤트 전이라 눈치 싸움 중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유력 당권 주자가 보이지 않으면서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는 게 여권의 분위기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56명이 계파색이 옅은 초선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14일부터 선수별 간담회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태원 참사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내부 갈등을 잠재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번 깨진 분열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의원들이) 윤심보다는 민심에 따라 움직이면서 분열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이 지지율에서 못 벗어나면 나중에 악재가 생길 경우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이 온다”고 내다봤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지금 지지율이 콘크리트 지지율은 아닐 수 있다”며 “심지어 더 내려갈 수도 있고, 내려간다면 20% 정도까지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