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ℓ)당 3000원 이상은 당연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걱정”(B 우유업체)
올해 우유 원유 가격 인상 폭이 52원으로 결정되면서 우유값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ℓ(리터)당 2700원 대인 우유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유업체들은 인상 시기와 인상 폭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연내 우유를 비롯해 아이스크림과 빵 등 우유를 재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49원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가격조정 협상이 길어지면서 8월부터 조정된 가격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10월 16일부터 올해 연말까지는 3원을 추가로 지급해 52원으로 결정됐다. 내년부터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에 따라 음용유 원유에는 ℓ당 49원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고, 가공유 가격은 ℓ당 800원이 적용된다.
통상 원윳값 조정은 8월경 이뤄진다. 하지만 낙농 제도 개편이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이 길어지게 됐다. 현재는 원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원유가를 두고 유업체와 낙농가 입장의 간격이 컸다.
이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지난 9월 16일에야 첫 이사회를 열었고 그뒤 약 50일간 원유 가격 조정안과 낙농제도 개편의 세부 실행 방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달 15일까지였던 협상 기간은 다시 31일로 밀렸고, 이달 3일로 또 한차례 미뤄지며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최근 합의된 가격이 지난달 16일부터 소급 적용되는 이유다.
올해 원유 가격 가격 인상폭이 예상보다 높은 52원으로 결정되면서 우유업계는 즉각 우유 가격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흰우유값은 ℓ당 2700원 수준으로 통상 원유값 인상 분의 10배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우유 소비자가가 3000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하지만 우유업체들의 고민 역시 높다. 가격을 크게 높일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할 가능성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유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21원)보다 원윳값 인상 폭이 2배 이상 큰 만큼 올해 우유값 인상 검토는 당연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성이 3000원에 맞춰진 만큼, 제품의 용량이나 인상폭 조절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환율 인상이 원부자재게 크게 영향을 주고 있고, 원유 가격도 뛰면서 가격 인상 여지는 높다”면서 “우유를 시작으로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뛰는 밀크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통상 8월께 결정되던 원윳값 결정이 11월까지 밀리면서 이미 유업체들은 원유 비중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서서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 치즈 40여 종의 가격을 약 20% 가량 인상했고, 매일유업은 6월 일부 제품 인상에 이어 지난달 1일에는 바리스타룰스와 마이카페라떼 14종에 대해 11% 가량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에 컵커피와 치즈 등을 각각 7.5%, 10% 올린데 이어 지난 1일에도 ‘불가리스’ 등 발효유 제품에 대해 대리점 출고가 기준으로 평균 10% 올리고, 치즈 제품 출고가는 평균 15% 인상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치즈 등 최근 유제품 인상은 원유가 인상 대비라기 보다는 환율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면서 “흰우유나 재료에 원유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는 원유가 인상 수준이 확정된 만큼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