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등재특허권이 모두 소멸된 의약품 중에서도 후발의약품이 나오지 않는 품목이 476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국내 청구액이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등재 특허권이 모두 소멸된 1004개 의약품 중 476개 품목이 후발의약품이 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등재특허권은 국내 의약품 개발 지원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허 목록에 등재된 특허권을 뜻한다.
2일 본지가 식약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재특허권이 소멸된 의약품 중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약 ‘고덱스캡슐’은 지난해 생산실적 737억1200만 원, 국내 급여청구액 1165억8200만 원을 기록했다.
소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자 높은 실적을 달성해 일부 제약사에서 개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오로트산카르니틴 등 7개 성분의 복합제라 후발의약품으로 동등성 입증이 어렵고, 개별 성분들의 원료의약품 등록(DMF)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특허가 만료됐음에도 후발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업체는 아직 없다.
이외에도 한림제약의 정맥림프 기능부전 증상개선제 ‘엔테론정150mg’, ‘엔테론정 50mg’ GC녹십자의 수두생바이러스백신 ‘수두박스주’, 광동제약의 ‘광동우황청심원현탁액’ 등도 매출 100억 원이 넘지만, 아직 후발의약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여재천 신약개발조합 사무국장은 “과거 많은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모든 품목을 등재하다 보니 미출시 후발의약품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제네릭(generic)을 개발하기 쉽게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단에 포함된 의약품 중 대부분이 후발의약품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낮은 약가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제약사에서 만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후발의약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독점 시장구조가 유지되면 (제약사가) 약가를 인상해 국민 건강에 결국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약처는 국내 후발의약품의 개발과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의약품들에 대해서는 후발 의약품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후발 의약품이 지속 나와야 의약품 공급도 안정화되고, 업체 간 경쟁으로 약가도 낮출 수 있다.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