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약세장이 싫증 난 ‘동학개미’들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사실상 50조 원이 붕괴됐다. 반대로 안정적인 채권과 간접투자인 펀드엔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모여들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28일까지 투자자 예탁금은 평균 49조6041억 원을 기록했다. 이달 마지막 거래일인 31일도 큰 수치로 예탁금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지난달 월 평균액은 50조 원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50조 원이 붕괴된 것은 2020년 7월(46조5090억 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주식 매매자금으로 언제든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자금이다. 즉 예탁금의 수준으로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예탁금 규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많은 돈을 푼 시점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본격화한 것이다.
2020년 8월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고 2021년 8월엔 평균 69조4157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3300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가 서서히 꺾이고 1년 넘게 하락장이 지속하면서 투자자 예탁금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있다.
개인들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대거 자금을 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개인 MMF 설정액은 16조3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투협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래 최저치다.
증시를 떠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4~5%대 안정적인 금리를 제시하는 채권이나 은행 예·적금 등으로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16조9128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순매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직접투자보단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급증했다. 국내 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결성액은 28일 기준 48조8596억 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간 2조4837억 원이나 급증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도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하락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주식펀드로는 저가 매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내주식펀드는 ETF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이어지면서, 시총대비 주식펀드의 비중은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