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업계는 경제 위기의 파고를 제대로 맞고 있다. 말 그대로 추운 파도에 휩쓸리는 ‘크립토 겨울’이다. 올해 초부터 테라·루나 사태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고, 유동성 악화로 거래량이 줄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국내 26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평균 거래 금액은 5조 3000억 원으로 2021년 하반기 11.3조 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상반기 가상자산 거래소의 총영업이익은 6301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1.6조 원 대비 약 62% 감소했다.
업계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위기 타개의 중심에는 투자자를 위한 투명성 제고와 신뢰 회복이 있다. 5대 거래소 협의체 DAXA는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자율 규제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중소거래소 역시 보안 기술을 강화하고, 자금 세탁 방지 분야에 투자하는 등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크립토 겨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 그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뢰 회복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위믹스는 약속했던 유통량보다 많은 유통량으로 DAXA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오르내린 빗썸의 복잡한 지배 구조는 무수한 뒷말만 남기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시장의 정보 비대칭도 여전하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8일 ‘BWB 2022’행사에서 “거래소 이용약관을 보면 면책조항이 많고, 정보 비대칭 문제도 크다”면서 “근거법이 없다고 얘기하기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신뢰 체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서핑의 덕다이브, 터틀롤 기술이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점과 일맥상통한다. 두 기술 모두 파도에 익숙하지 않고 체력이 약한 초보자가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체와 코어 힘이 뒤받쳐주지 않으면 무작정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휘몰아치는 파도에 고꾸라질 수 있다. 국내 서퍼들은 이를 ‘파도 통돌이’라고 한다.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서 통돌이 당하지 않으려면, 투자자 보호와 신뢰 회복과 투명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이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근본정신과도 맞닿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