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가 포함된 근육 강화 보충제는 비단 ‘헬스’ 하는 사람에게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 운동선수들도 자신들의 경쟁력 강화와 단기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 약물을 복용하였다. 의학 관련 논문에서 공통으로 제시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의 대표적 부작용은 심근경색, 불임, 공격적 분노, 환각, 환영 등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 언론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으로 푸틴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 때문이라는 분석 기사가 실렸다. 푸틴이 ‘로이드 분노(Roid Rage)’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성 처방과 약물 복용은 경제 현상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저인플레이션 고수와 임금 억제 정책을 펼쳐오면서 저금리, 신용확장 정책을 동시에 사용하였다. 영국이나 호주, 유럽에서는 늘어나는 이민자 수와 연동하여 부동산 임대 수입을 부추기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호주의 하워드 총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전후로 부동산 자산수익을 늘어나지 않는 임금 보전용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세금 우대 정책을 세웠다. 전 세계는 점점 부동산 자산 상승에 열중하였다.
미국도 닷컴 버블이 꺼지고 마땅한 경제 동력을 갖지 못하자 소비 및 내수 확대를 위한 부동산 확산 정책을 펼쳤고, 이는 우리가 다 아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졌다. 이에 2004년 모건스탠리 수석 경제학자(현 예일대 교수) 스테판 로치(Stephen S. Roach)는 미국 경제가 저금리와 감세라는 스테로이드에 연명하고 있기에 이러한 조치가 사라지면 심각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용 확대보다 더 센 스테로이드 정책인 양적완화를 단행하였으며, 최근 코로나 팬데믹 때 또 한 번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였다. 2010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양적완화, 정부지출 확대를 스테로이드 추구 태도라 규정하고 이러한 정책은 자연적 경제 치유 과정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였다. 2013년 세계은행도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 시 스테로이드성 단기 자본 유입과 신용 확대에 의존한 신흥 경제국은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치솟은 부동산 자산 가격은 우리를 상당히 재력가, 부자라는 환각에 빠져들게 했다. 근로소득을 하찮게 여겼다. 스테로이드에 취해 있는 사이에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혐오, 분노, 높은 심장마비 사망률이라는 부작용을 부상으로 얻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수는 없다.
스테로이드 근육강화제의 빈번한 사용은 자기 신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적 치유 없이 지속적인 저금리, 신용확장, 양적완화는 결국 세계 경제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고금리와 고물가는 병든 세계 경제의 자연적 치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더 일찍 왔어야만 했다. 다만 자연적 치유 과정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