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 상승기인 데다 정부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이) 축소 압박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문제는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오히려 대출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1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 가운데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 금리가 4.6%로 가장 높았다. 직전까지 가장 높았던 상품은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으로 1년 만기 이율이 연 4.55%를 제공한다.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이 4.50%로 가장 높았는데 우리은행이 0.05%p(포인트)를 높이면서 1위 타이틀을 빼앗겼다.
일주일새 하루 단위로 최고금리 예금상품이 바뀌는 모양새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수신 금리 인상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를 좁히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수신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잇따른 금리 인상 소식이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돈이 이동할 경우, 요구불 예금같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 인상 경쟁이 조금 과열되는 분위기"라면서"금리 인상 경쟁은 자금조달 비용증가를 초래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대출금리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반영되는데, 코픽스는 현재 2.96%로 연초 1.55%보다 2배가량 치솟은 상황이다.
정기예금 금리 인상으로 은행과 비은행 간 예금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자금 조달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수신 금리 인상은 둔화됐던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과 함께 비은행 예금기관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해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