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실수요자, 집주인은 ‘발 동동’…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실종’

입력 2022-10-05 15:54 수정 2022-10-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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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빠르게 쌓여가지만, 전셋값은 매주 더 하락하고 있다. 고금리에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세입자들은 월세를 우선 찾아 전세 수요가 뚝 끊겼다. 당장 세입자를 들여야 하는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한껏 낮춰 부르면서 매물이 쌓여도 전셋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4만1210건(아파트실거래가 앱 집계)으로 지난 7월 5일 2만8756건보다 43.3%(1만2454건)나 늘었다.

지난 석 달 사이 서울 내 25개 자치구 모두 전세 물건이 쌓였다. 마포구는 이 기간 전세 매물이 두 배 수준(94.8%)까지 쌓였다. 이어서 강서구(80.8%)와 관악구(71.2%), 구로구(68.2%) 등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 적체 현상이 뚜렷했다.

일선 공인 중개 관계자들은 세입자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서구 A공인 관계자는 “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세입자들이 처음부터 월세나 반전세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낮춰서 내놓는다고 내놔도 계약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전세 거래량은 총 1만6291건으로 7월 1만9293건보다 15.6%(3002건) 감소했다. 8월 거래량은 올해 전세 거래량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신고기한이 남은 9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1만1994건에 그친다.

이같은 전세 외면 현상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 가장 크다. 이날 시중은행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2년 만기 기준) 금리는 4.2~6.5%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평균 2%대였음을 고려하면 일 년 만에 3%포인트(p)가량 치솟은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늘었다.

KB부동산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344만 원이다. 만약 지난해 9월 전세자금대출을 최대한도 80%(약 5억4000만 원)까지 변동금리로 받았다면, 일 년 동안 이자 부담만(이자율 3%p 상승 시 가정) 매월 135만 원 더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당장 세입자를 들여야 하는 집주인은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한껏 낮춰 세입자를 구하는 사례는 흔하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센터피스’ 전용면적 59㎡형 전세 보증금 시세는 5억9000만 원부터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이 최고 6억5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약 10개월 만에 호가 기준 7000만 원이 하락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 59㎡형 역시 전세 보증금 6억 원부터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 역시 지난해 말 최고 6억6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호가 기준 6000만 원이 떨어졌다.

이렇듯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기준 16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9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p 하락한 -0.18%를 기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세 보증금을 줄 수 없는 집주인이 늘면 결국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매로 나오거나 아예 경매로 넘어가는 매물이 늘 수 있다”며 “전세 시장 침체는 부동산 시장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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