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층의 '황혼 이혼'이 1년 전보다 14%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혼 건수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17.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황혼 재혼 또한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투데이가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이혼 건수는 1만7379건으로 1년 전(1만5139건)보다 14.8% 증가했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가 전년 대비 4.5%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전체 이혼 건수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14.2%)보다 3.8%포인트(p) 늘어난 17.0%로 나타났다. 남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0%, 6.1%로, 전년에 비해 1.3%p, 1.1%p씩 증가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남에 따라 평균 이혼 연령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이혼 연령은 지난해 기준 남자 50.1세, 여자 46.8세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다. 이혼한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7.3년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0.6년 증가했고, 10년 전보다는 4.1년 늘었다. 특히, 결혼 생활이 3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 이혼'이 1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만큼 황혼 재혼도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의 재혼 건수는 지난해 총 5015건으로 1년 전(4587건)보다 9.3% 늘어났다. 전체 재혼 건수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6.4%에서 7.5%로 1.1%p 증가했다. 남녀별로 보면 각각 1년 전보다 6.4%, 14.7% 늘었다.
황혼 이혼과 황혼 재혼의 증가세는 고령화로 인해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기대여명도 늘어남에 따라 여생에서 혼인이나 이혼을 선택하는 인구의 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으로 전년 대비 0.2년 늘어났고, 10년 전(19.1세)과 비교하면 2.4세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의 기대여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혼 또는 재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변화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는 75.9%로 10년 전(83.5%)에 비해 7.6%p 감소했고, 이혼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도 지난 10년간 25.3%p 급감한 55.6%로 나타났다.
고령층 남성과 여성의 이혼 사유는 달랐다. 가정법률상담소의 '2021년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가 진행한 이혼 상담 건수는 총 4616건으로, 1년 전(4239건)보다 8.9% 증가했다. 이 중 60대 이상의 이혼 상담 비율은 2011년 9.2%에서 지난해 25.7%로 16.5%p 급증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노년 여성은 나이가 들어서도 남편의 폭력이 줄지 않고, 자녀 양육과 가사 활동으로 퇴근 없이 평생을 살아왔는데 늙어서도 퇴직할 수 없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년 남성의 경우 경제력이 떨어지자 아내와 자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 박탈감 등으로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상담소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