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공급망⑧]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고조…핵심광물 대체 신기술은

입력 2022-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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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ㆍ리튬 대체 이온 배터리 주목
LG이노텍, 희토류 줄인 친환경 자석 개발
삼성ㆍ현대제철, 침전물 재활용 기술보유

(그래픽=이투데이 )
(그래픽=이투데이 )

배터리·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광물 값이 급등하거나,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면서 신물질 개발에 학계·산업계도 나섰다. 핵심 광물을 대체할 값싼 대체품을 찾거나 특정 광물 없이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코발트를 대체하기 위한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최근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코발트가 함유되지 않은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코발트는 다른 원료에 비해 가격이 높은 데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에서 공급망 불안의 불씨가 되고 있다. 특히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에 매장돼 있는데, 이를 채굴하기 위해 어린이까지 동원하는 등 노동 착취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코발트를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에서 제거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여겨왔다. 그러나 코발트가 제거된 배터리 양극 소재는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충전 시 균열 현상을 보인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충전 시 균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배열 막대형상 결정립’으로 구성된 양극 소재를 만들었다. 이어 리튬과 전이금속의 ‘교대배열 결정구조’를 제시해 결정 구조적 안정성을 향상하며 기존 코발트의 역할을 대신했다.

▲나트륨이온배터리 이미지. (사진제공=CATL)
▲나트륨이온배터리 이미지. (사진제공=CATL)

선 교수팀이 개발한 소재를 활용하면 1회 충전으로 700∼800㎞까지 주행하는 전기자동차, 20년간 사용 가능한 전지 등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대신 나트륨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 ‘나트륨이온배터리’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배터리업체가 생산하는 주요 배터리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등이다. 이들은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필요로 하지만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이런 원자재가 요구되지 않는다. 나트륨은 바닷속에 흔한 물질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해 160wH/㎏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 프랑스 티아마트, 영국 파라디온, 미국 나트론 등도 나트륨이온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상온에서 15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영하 20도 환경에서도 90% 용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거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이노텍 직원이 중희토류 사용량을 60% 줄인 친환경 마그넷을 핀셋으로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중희토류 사용량을 60% 줄인 친환경 마그넷을 핀셋으로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LG이노텍)

반도체 업계에서는 광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광물을 재활용하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7월 LG이노텍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희토류 사용을 줄인 친환경 자석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자석의 핵심성분인 중(重)희토류를 기존 대비 60% 줄였다.

LG이노텍은 자석 전문기업인 성림첨단산업과 협력해 해당 제품을 만들었다. 그동안 산업용 자석에서 중희토류 사용을 줄이면 내구성 문제가 발생했는데, 양사는 이를 극복하고 자석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인 14.8㎏까지 끌어올렸다. 반도체 제품에 적용해도 충분한 성능도 확보했다. LG이노텍은 친환경 자석을 고화소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장착하면 구동력을 10%가량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희토류 사용을 줄이면서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도 덜어냈다. 최근 중요도가 높아진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자원 편중이 심하다. 그러나 LG이노텍이 친환경 자석을 개발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는 희토류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 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의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양사는 반도체 폐수 슬러지의 주성분인 ‘플루오린화칼슘’이 형석과 비슷한 성분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재활용업체 제철세라믹 등 3사는 2020년 폐수 슬러지 재활용 관련 기술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톤의 형석 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 멕시코 등으로부터 형석을 수입해왔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형석 약 2만 톤을 수입해 사용해왔는데, 약 1만여 톤의 형석을 폐수 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비용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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