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 의심 업체, 경찰 수사 의뢰 등 제재
중견업체 “분양 수익 의존 불가피…제재에 당혹”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한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벌떼입찰은 불법이 아니지만, 특정 건설사가 페이퍼컴퍼니 등을 동원해 많은 필지를 낙찰받아 논란이 불거졌다.
중견 건설사들은 “분양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 벌떼입찰 제한으로 아파트 분양 수입이 전부인 중소 건설사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으로 벌떼입찰을 막기 위한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택지를 추첨·공급받은 101개 기업(133필지)을 조사한 결과, 총 81개사(111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 연도별 벌떼입찰 의심 기업 당첨 사례는 2018년 이전 3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45건으로 급증했고, 2020년 42건, 지난해 1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3건의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국토부는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입찰 당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등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를 이미 취득한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하기로 했다. 또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토록 해 택지 입찰 참여 기업의 범위도 대폭 축소한다. 1사 1필지 제도는 부동산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300가구 이상 택지에 2025년까지 우선 시행한다.
다만 중견건설업계는 국토부의 뒤늦은 규제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분양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안 좋은 시점에 중견사 공공택지 입찰 기회를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돼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견 업체는 아파트 분양 수익이 전부인 만큼 공공택지 분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입찰에 참여했지만, 수년이 지나서야 제재를 언급하자 당혹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양호할 때는 눈감고 있다가 분양 경기가 얼어붙은 지금 왜 칼을 빼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1사1필지' 입찰 제한 기준도 모호하고 국토부와 공정위 모두 걸쳐있는 사안이라 정확한 법령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업계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