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와 국내 스타트업 250개 사를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스타트업 애로현황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작년에 비해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응답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영난 배경으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52.7%)와 ‘코로나 등에 따른 내수시장 부진’(52.7%)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 심화’(35.6%), ‘글로벌 해외시장 불안 고조’(25.3%)가 뒤를 이었다.
스타트업계의 투자 한파도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안으로 스타트업 84%(감소했다 36%, 비슷하다 48%, 증가했다 16%)는 작년에 비해 투자가 감소했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특히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 중 절반가량(47.8%)은 투자금액이 전년대비 5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정보기술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투자하겠다고 러브콜 많이 받았는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며 “투자자들도 알짜 스타트업 위주의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하면서 스타트업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작기계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B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려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 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 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경제가 회복돼 사업이 언제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라는 답변이 31.2%로 가장 높아 당분간은 경기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어 ‘내년 상반기(24.8%)’, ‘올해 하반기(20%)’, ‘2024년 이후(14%)’가 뒤를 이었고, 10곳 중 1곳은‘기약 없음(10%)’이라고 답해 스타트업계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창업생태계에 대한 스타트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은 아직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곳은 60.8%로 긍정적 응답에 비해 4배가량 높았다.
스타트업계는 선진국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창업생태계로 탈바꿈하기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VC는 대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설립 가능한 벤처캐피탈로 지난해 말 허용됐지만 아직 기업들의 ‘눈치보기’가 진행 중이다. CVC 제도가 신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까다로운 설립기준과 ‘해외투자 및 차입규모 제한’ 등 선진국 대비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해소해 건설적인 M&A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측면과 더불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응답 기업들(복수응답)은 대기업-스타트업 판로연계(32.9%), 대기업-스타트업 기술교류 활성화(24.1%) 등 협업을 원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담당하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C사 임원은 “스타트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갖고 있더라도 시장 진입의 벽은 매우 높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박주영 사업화팀장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담당자와 얘기해보면 서로 간의 니즈가 있음에도 만남이 성사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민간 주도의 창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투자유치, 기술교류, 판로연계 등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자유로운 협업을 위한 실무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국민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