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복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상화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동조합까지 파업을 예고하면서 철강재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도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산업계 전체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제철 4개 지회(당진, 인천, 포항, 당진하이스코)는 전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측에게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파업을 경고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3월부터 임금단체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2일부터 당진제철소 내 사장실을 무단 점거한 채 농성을 진행 중이다. 5월 3일에는 인천·포항·순천 공장의 노조원들이 공장장실까지 점거하며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비정상적인 교섭 불참 및 해태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천안지청장 등이 회사에 여러 차례 방문해 교섭 참여를 촉구했고 교섭 참석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측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오는 22일 16차 교섭에도 회사 측이 참여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최근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발생한 포항 지역의 피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포스코 역시 태풍 피해를 비켜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와 동종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에도 회사가 교섭에 참여하지 않으며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급한 400만 원의 특별 격려금과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해달라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140일 넘게 점거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7만5000원 올리고 성과급(기본급 200%+770만 원)까지 지급했다며 협상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한차례 충돌했다. 여기에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현대제철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내 철강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이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상 가동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 포항제철소의 빈자리를 현대제철이 대신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후판과 선재 등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대체 생산 능력이 부족한 품목의 경우 현대제철이 대신 공급해주길 기대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파업은 철강재 수급 대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로 인한 조선, 자동차 업계 피해도 커질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나서서 철강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 파업까지 터지면 산업계에 막대한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