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 보험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을 생명보험금 보험수익자로 지정해서 그 사람이 생명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생명보험금은 보통 수억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인 경우가 많아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상속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명보험금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받은 다른 상속인에게 '보험금은 상속재산이니 나누자'고 할 수 있을까. 보험수익자가 생명보험금을 받은 것은 보험계약의 효력으로서 받는 것이므로,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최근 보험금과 관련한 흥미로운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A 씨와 B 씨는 1997년에 결혼한 부부 사이였다. 남편 A 씨는 C 씨와 외도를 했고, 2012년에 아내 B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혼 소송에서 A 씨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러자 A 씨는 이혼 소송 1심 판결 선고일인 2013년 8월경 기존에 자신이 계약한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전부 상간녀인 C 씨로 변경하였다. 2017년경 A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상간녀인 C 씨는 생명보험금으로 13억 원 정도를 받았고, 그 외 10억 원 정도 되는 A 씨의 다른 재산까지 받았다. 반면 배우자인 B 씨는 약간의 재산을 상속받기는 했으나 A씨가 남긴 빚이 재산보다 많아 실질적으로 재산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배우자 B 씨는 상간녀 C 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 씨가 받은 생명보험금을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는 증여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인데 기존 판례들은 된다고 본 사례, 안된다고 본 사례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속인이 아닌 C 씨가 받은 생명보험금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되는 증여라고 하였다.
이 사건에는 또 다른 어려운 법률적 쟁점이 있었다. 민법은 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증여를 받은 경우,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뤄지거나 1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라면 증여를 한 사람과 받은 사람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입힐 것을 알았어야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A 씨는 2017년에 사망했는데, A 씨가 보험수익자를 C 씨로 변경한 것은 2013년으로 상속개시 1년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C 씨가 받은 생명보험금에 대해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됐다.
이 사건 2심은, A 씨가 이혼 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 보험수익자를 C 씨로 변경한 다음 매월 보험회사에 납부한 보험료를 A 씨가 C 씨에게 증여한 재산이라고 봤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파기했다. 대법원은 A 씨가 보험수익자를 C 씨로 변경한 2013년 8월경 당시를 증여가 이뤄진 시점으로 봤고, 이 당시에 A 씨와 C 씨가 유류분권리자인 B 씨에게 손해를 입힐 생각이 있었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2심 판결을 다시 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B 씨는 C 씨에게 아주 적은 수준의 유류분만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A 씨가 매월 납부한 보험료를 증여 재산으로 보지 않았고, A 씨가 사망한 다음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생명보험금을 증여재산으로 봤다. 대법원의 입장대로라면, B 씨가 증여를 받은 시점은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2013년 8월경이 아니라 A 씨가 사망한 2017년으로 봐야 한다. 실제 보험수익자가 받은 생명보험금은 사인증여 내지 유증처럼 취급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류분 반환 범위를 줄이려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유류분의 범위를 줄이려는 시도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사건의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상간녀인 C 씨가 재산 대부분을 가지고 간 반면, 배우자인 B 씨는 거의 재산을 받지 못했는데, 타당한 결과인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