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파워가 어디까지 뻗어갈지 심히 기대가 크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수리남’을 보았다. 솔직히 수리남이 나라 이름인지 처음 알았다. 무슨 물건 수리를 해주는 남자 얘긴가 했다. 어쨌든 이 드라마에 호평이 쏟아진다. 성격 급한 사람은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고 흥분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오픈 불과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부문 8위에 올랐으니 그럴 만하다. 1990년대 대규모 마약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한 마약상의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공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과 얼마 전 프로포폴 불법투약으로 위기를 겪었던 하정우(강인구 역), ‘연기의 신’ 황정민(전요환 역), ‘넷플릭스의 남자’라는 박해수(국정원 최창호 역)와 중국 배우 장첸 등이 뭉쳤다.
사실 마약상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그간 꾸준히 만들어졌다. 그래서 나온 첫 반응이 ‘한국판 나르코스’라는 얘기였고 송강호가 나왔던 ‘마약왕’도 떠오른다. ‘수리남’은 둘의 장점을 합쳤다고 볼 수 있다. ‘마약왕’의 활동 반경을 글로벌로 확장하였고, ‘나르코스’보다 더 치밀한 심리전을 바탕에 깔아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였다. 요즘 대세인 깔끔한 6부작으로 구성하여 질질 끌던 그간의 미니시리즈 약점도 커버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남는다.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 정형성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돈만 보는 DNA를 소지하고 있다고 입만 열면 얘기하는 강인구가 끝까지 국정원을 도와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모습은 ‘현실성’이라는 방해물이 몰입을 방해하고, ‘아수라’의 안남시에서 냉혈한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전요환도 안남시장 황정민을 연상케 한다.
항상 이야기의 발단은 주인공의 궁핍한 생활에서 비롯된다. 경제적인 난관은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공동의 관심사다. 가난을 극복하며 큰돈을 만지게 되는 이야기는 글로벌적 서사로는 인기 테마다. 해서 꽤 선전할 가능성은 있다. 또 한번 세계인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다만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마약밀매, 살인, 살인교사 등의 범죄자에게 고작 징역 10년이 말이 되는가? 실화라 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정말 1심에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단다. 이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