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차량 연쇄 화재와 관련해 결함을 알고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는 BMW코리아가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BMW코리아 측은 결함 자체를 판명할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주들은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4일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MW코리아 AS부서장 전모(50) 씨 등 4명과 BMW코리아 회사 법인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전 씨 등 임직원들과 BMW코리아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BMW 일부 디젤 자동차에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파악하고도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BMW코리아가 정부에 제출해야 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표현을 삭제에 결함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BMW코리아는 EGR에 결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고 리콜을 시행했다.
이날 BMW코리아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국내 법인은 단순 판매와 마케팅 등 업무만 맡을 뿐 품질관리를 전담할 부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는데 BMW코리아는 자동차 실험이나 검증을 할 수 없었다"며 "설비도 없고 독일 본사와 관계에서 허용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ㆍ물적 설비도 갖추지 않았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가 가지고 있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화재 발생 원인을 고의로 숨겼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독일 본사가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전담팀을 신설해 1년 6개월간 150여 번 회의를 진행했고, 여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독일 본사가 화재 원인이 판명될 때까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BMW코리아는 화재 원인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화재 자료를 본사에 제공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했다고 언급했다.
BMW코리아는 화재 원인을 판명할 능력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은 "BMW코리아와 AS 임직원은 결함을 파악할 능력 자체가 없다"며 "화재가 발생하긴 했지만 차량을 뜯어보지 않고 원인 검증 실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본사가 실험으로 원인을 발견하고 통보해야 행위를 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원인을 추정하고 일부 문구를 수정했다고 해서 리콜대상 결함을 알고 은폐했다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BMW코리아 이달 7일 자동차관리법 처벌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제출한 다음 날 보충의견서도 제출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사건 당사자가 법원에 사건 관련 법률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심리는 일시 중단된다. 사건 내용이 많은 만큼 재판부는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26일이다.
차주들은 재판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BMW 차량 주인은 "재판 진행이 너무 더디다"라며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나가는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