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해 복구됐지만 발길 뚝”…추석 대목 ‘한숨’ 가득찬 전통시장

입력 2022-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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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입은 강남 영동전통시장
“고물가로 손님들 지갑 열지 않아”
반찬값 인상…식자재 평균 16%가량↑
대형 전통시장보다 소규모 시장은 썰렁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장판도 갈고 이제 수해 복구는 어느 정도 된 거 같은데 문제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35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렇게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건 처음이에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4시, 명절 맞이가 한창이어야 할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은 썰렁했다. 제수용품을 사는 시민들 대신 지하 통신선을 고치는 인력들이 시장에 자리했다. 영동전통시장은 지난달 8일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다. 비를 막아줄 아케이드가 없었고 경사가 내려앉은 전통시장 특성상 많은 점포가 물에 잠겼었다.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수해 복구는 눈에 띄게 진행됐지만 북적거리는 인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동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윤 모 씨(69)는 “지난 폭우로 물이 허리춤까지 차올라서 장판부터 시작해서 모든 물품이 무용지물이 됐었다”며 “구청과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물품도 사고 많이 복구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제 밤에 수해 복구 비용이 200만 원 들어왔고 추가로 300만 원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 신발가게는 지난달 10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방문했던 곳이다. 이 장관은 관계부처 및 지자체 등 관계기관들과 함께 상인들의 피해 최소화와 조기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에 수해 피해를 입은 점포 앞에 부자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에 수해 피해를 입은 점포 앞에 부자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정부의 지원으로 이날 방문한 영동시장은 일부 가게를 제외하고는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 바닥이 침수됐던 곳에서는 새로운 장판이 깔렸고 물에 잠긴 냉장고는 새 제품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몇몇 가게는 복구가 어려워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떠난 점포도 있었다. 그 점포 앞에는 각종 부자재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바로 옆 점포에서 참기름 팔고 있는 조 모 상인(72)은 “영동시장 상인들은 비싼 건물값으로 대다수 점포를 임대해 사용하는데 정부 지원금에도 수해 복구할 여력이 안 돼 상인들이 일부 떠난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수해 복구가 진행됐어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작년과 재작년보다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에 찾아온 시민들과 상인들이 가격흥정을 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으며, 그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 씨(61)는 “지하창고에 추석 대비해 저장해둔 식자재들이 폭우로 몽땅 잠겨 다 버리게 됐다”며 “인근 도매 시장에서 급히 구한 식자재로 상차림 반찬을 마련했는데 손님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 씨는 반찬 가격을 30~50% 대폭 인상했다고 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고물가로 식자재 부담이 지난해보다 약 2배가량 증가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에 위치한 구두가게 장판이 새것으로 교체됐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에 위치한 구두가게 장판이 새것으로 교체됐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배추 10kg짜리 도매가격은 3만604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1.5%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 169.9% 상승했다. 시금치 역시 4kg 기준 6만60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8.1% 가격이 뛰었다. 24개 품목 중 20개 품목의 가격이 작년 대비 평균 16%가량 올랐고 품목별로는 시금치(86.0%), 참조기(32.8%), 대추(31.0%) 등의 가격 상승률이 눈에 띄었다.

고물가인 상황 속에서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추석에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9월 전통시장 경기 전망은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망 경기지수는 지난달 대비 34.3포인트(p) 오른 102.6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소상공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망과 달리 시장은 냉정했다. 특히 대형 전통시장보다 소규모 전통시장은 체감 경기는 더 쌀쌀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 내 이벤트 부스에 사람들이 스크래치 복권을 긁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 내 이벤트 부스에 사람들이 스크래치 복권을 긁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이날 시장 골목에선 추석 명절 즉석복권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행사 기간 내 1만 원 이상 장보기를 한 시민들에게 스크래치 즉석복권을 주는 행사였다. 상품으로는 온누리상품권과 영동시장 참기름 등이 있으며, 나머지 등수는 손 소독제, 수건, 물티슈를 제공한다. 이 행사 부스에는 시장 내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시민들 대다수는 당첨확률이 적은 스크래치 복권을 긁었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다른 한편에서 상인들도 한산한 시장 분위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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