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몸 깊숙한 곳에 있어 초음파 검사로 암을 판별하기 어렵다. 음식이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흔한 증상은 복통과 황달, 체중감소, 소화장애 등으로 특별하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췌장암은 국내에서 총 8099건 발생해 전체 암의 3.2%로 8위였다.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는 췌장암 발생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40년에는 1만617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많이 퍼질 때까지 첫 번째 증상이 없고, 증상이 있을 때는 80%가량이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런 이유로 진단이 늦고 예후가 나쁘다”고 설명했다.
췌장암 발생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전적 요인으로 케이라스(K-Ras)란 유전자의 변형이 90% 이상에서 발견됐다. 환경적 요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흡연으로, 20~25% 정도에서 나타난다. 그 밖에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가족성 췌장암, 음주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일부 암에서 표적·면역항암제가 큰 효과를 보이는 것과 달리 췌장암은 극히 일부 환자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래도 다양한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조합할 방법이 늘었다. 동석호 교수에 따르면 비교적 몸이 건강한 췌장암 환자는 4제 복합항암제 ‘폴피리녹스’ 요법을 사용한다. 독한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2제 요법(젬시타빈+아브락산)을 쓰거나, 그마저 힘들면 젬시타빈 단독 요법 또는 젬시타빈에 표적항암제를 섞어서 사용한다.
췌장암 생존율은 더디지만 개선되고 있다. 동 교수는 “과거 췌장암은 사형선고와 같은 암이었지만 지금은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해서 생존율이 늘었다”며 “수술을 못 하는 경우 생존율이 6개월~1년이었다면, 지금은 길게는 2년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이 환자들에게도 항암제를 써 수술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수술이 가능해도 수술을 먼저 시행하기보다 항암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조절한 다음 수술하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동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항암 후 수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들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으로, 몇 년 안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수술 방법도 복강경이나 로봇 등이 적용되면서 회복도 빠르고 합병증 치료도 효과적으로 시행되는 등 치료환경 전반이 나아졌다.
동 교수는 “췌장암의 완치는 어렵더라도 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암을 갖고 있어도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췌장암 환자들에게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