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내 경제의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가 1995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래 3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계속 고공행진하는 물가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매판매액지수가 117.9(2015년=100)로 전월보다 0.3% 줄었다. 3월(-0.7%)부터 4월(-0.3%), 5월(-0.1%), 6월(-1.0%)에 이어 계속 마이너스다.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도 117.9로 0.1% 감소했다. 반도체 경기 위축으로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1.3% 줄었다. 자동차 생산이 증가한 반면, 기계장비, 기타운송장비 등의 감소폭이 컸다. 제조업 생산이 -1.5%였고, 평균가동률은 75.2%로 전월보다 1.2%포인트(p) 내렸다. 서비스업 생산은 코로나19 방역규제가 풀리면서 숙박·음식점, 도소매, 예술·스포츠·여가 등이 호조를 나타내 0.3%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3.2% 뒷걸음질했다. 건설기성도 2.5% 감소하는 등 핵심 경기지표가 모두 후퇴했다. 다만 소비의 경우 상품판매보다 비중이 큰 서비스 소비가 늘고 있어 전체적인 흐름은 호전되는 추세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경기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101.8로 전월보다 0.5p 올랐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99.4로 0.3p 하락했다. 부정적인 경기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가 계속 오르고,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긴축이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장과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점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에 수출 부진이 깊어지고, 경기와 성장률도 후퇴하는 악순환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50원 선까지 치고 올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5.2%, 경제성장률은 2.6%로 내다봤다. 물가는 지난 5월 전망치(4.5%)보다 0.7%p나 상향 조정됐고,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다.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7%)에서 0.1%p 낮아졌다. 내년 물가상승률도 3.7%, 성장률 2.1%로 예상했다.
대외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 마땅한 대응책도 찾기 어려운 엄중한 위기다.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물가와 민생의 안정,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의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부담과 신용위험 증대의 리스크 관리 등이 다급한 과제다. 거시경제와 미시적 대응의 전방위적인 방도를 강구하고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