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급등에 최대 무역적자, 경기 후퇴 퍼펙트스톰

입력 2022-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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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출 증가세도 꺾이는 추세가 완연하다. 경기에 대한 충격이 커지고 있다.

환율은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7원 상승한 달러당 134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2일에도 1339.8원으로 올랐다. 외환당국이 “투기적 요인을 점검하겠다”는 구두개입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도 “달러 강세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강조했지만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연초인 1월 3일 환율은 1191.8원이었다. 이후 2월 24일 1200원을 넘었고, 6월 23일 1300원 선까지 돌파했다. 다시 7월 6일과 15일 각각 1310원, 132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환율이 134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고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 변수로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환율의 추세적 상승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강(强)달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가속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이 주된 요인이다. 안전통화인 달러에 돈이 몰리면서 주요국의 금리인상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달러와 유로 환율의 ‘패리티’(等價)가 20년 만에 깨진 것은 상징적이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특히 신흥국 외환위기의 우려를 증폭시킨다.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악재가 중첩돼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400원 선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우리 무역적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254억7000만 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8월 들어서만 102억 달러 이상 불었다. 최대 상품인 반도체 등의 수출 위축이 뚜렷하고, 원유 등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후퇴의 쇼크도 크다. 과거처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아니다. 심각한 상황이다.

비상한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아직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고, 상품수지 외의 서비스교역과 해외 투자소득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한다. 안일한 인식이다. 높은 환율은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을 자극하고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우리 외환보유액이나 부채 건전성 악화 또한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 전방위적인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의 긴박한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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