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풍전등화’ 완성차 업계, ‘바람막이’ 정부가 필요하다

입력 2022-08-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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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의 최근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풍전등화’다. 혹자는 ‘기업 경영이야 언제나 어렵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번 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번 위기가 다른 이유는 완성차 업계가 겪는 어려움 대부분이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등 오랫동안 들어온 악재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중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Cihp 4)’ 가입 논의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전기차 전환을 앞둔 완성차 업체에 ‘중국의 보복’이라는 우려를 더했다.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은 노골적으로 중국 등 비 우호 국가를 공급망에서 배제하며 ‘미국산으로 만든 미국 전기차’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미국 내에 생산시설이 취약한 만큼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어려움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미국 중심의 하나의 공급망이 아닌,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한 ‘블록경제’가 미·중 갈등으로 조금씩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섣부른 선택은 곧 완성차 업계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는 칩4 가입에 서두르기보다는 예비회의에 참석해 조율단계를 거치며 세부 의제 등 큰 방향성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부장관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이러한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와 외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다.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겪는 외교적 어려움이지만, 반대로 정부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다. 바람 앞에 놓인 완성차 업계에 정부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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