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결국 사퇴했다. ‘만 5세 입학’ 정책 추진에 결국 발목이 잡힌 셈이다. 교육부는 수장 공백이 다시 한번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오늘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제가 받은 모든 것을 국민께 되돌려 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다.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 자진 사퇴 가능성은 정치권에서부터 제기됐었다. 박 부총리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것을 제외하면 8∼12일 사이 다른 공개일정이 없었다. 취임 이후 학교 현장방문을 하거나 국회 토론회 등에 참석하며 활발하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앞서 교육부 안팎에서는 박 부총리가 최근 ‘만 5세 입학’ 논란 때문에 언론 접촉을 피하고자 공개일정을 취소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참모진에게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 부총리가 자진 사퇴까지 간 데에는 '만 5세 입학' 정책이 결정타였다. 박 부총리는 앞서 지난달 29일 새 정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정과제에 없던 ‘만 5세 입학’ 관련 학제 개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해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동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고 조기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교육부는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발표 후논의’ 방식도 문제였다. 이후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국회에 보낸 업무보고 자료에는 ‘초등학교 입학연령 1년 하향조정 방안’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책 철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가 조기에 개입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은 같다”며 “‘조기에 양질 교육제공’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1년 하향 조정 방안’을 생략한 문구고,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는 존치하면서 외국어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업무보고에 포함된 내용으로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교육부는 뒤늦게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박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 지명 이후 자질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논문 중복게재와 표절 논란, 자녀 불법 입시컨설팅 의혹까지 터진 데 이어, 2001년 음주운전으로 선고유예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