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KPLO)인 ‘다누리호’가 달을 향한 우주궤적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앞으로 4개월 반의 항행에 들어갔다. 다누리호는 한국시간 5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돼 40여 분 후 분리됐다. 이어 호주 캔버라의 안테나를 통한 지상국과의 교신으로 달 전이궤도에 안착하고 태양전지판 전개와 전력 생산, 탑재된 컴퓨터 프로그램 작동 및 통신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다누리호는 달로 직접 가는 방식이 아닌, 태양 쪽으로 156만㎞를 날아갔다가 중력의 힘에 의해 되돌아오는 ∞형태의 탄도형 달전이궤도(BLT)로 움직인다.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탐사선 수명을 연장하는 경로다. 이에 따라 다누리호는 12월 31일께 달 상공 100㎞의 목표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 궤도에 들어가 탐사 임무를 수행해야 완전한 성공이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 몇 단계의 고비가 더 있다.
다누리호가 최종 성공을 거두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중국, 인도에 이어 달에 탐사선을 보낸 세계 7번째 나라가 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달 착륙선을 내렸고 일본, 유럽, 인도는 궤도선 탐사에 성공했다.
이제 달 개척을 위한 작은 걸음이지만, 우리도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쏘아올린 데 이어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미국의 팰컨9 로켓에 발사를 의존했음에도 탑재된 위성의 고해상도 카메라, 달 표면 분석을 위한 광시야 편광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자원탐사용 감마선분광기, 우주선 인터넷시험장비 등은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했다. 특히 고도로 복잡한 BLT 궤적의 계산과 설계를 독자적 역량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의 우주영토를 넓히기 위한 장정(長征)은 이제 시작이다.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한참 뒤떨어진다. 정부는 2031년까지 국산 로켓으로 달 착륙선을 쏜다는 계획이지만, 기술적 장벽 말고도 일관된 전략의 불확실성이 걸림돌이다. 이번 다누리호 발사도 2007년 처음 로드맵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후 정권이 바뀌는 동안 계획이 흔들리고 예산 지원에 차질을 빚은 데다 기술적 어려움까지 겹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한국형 발사체와 다누리호 성공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과 지원체계 정비가 절실하다. 우주개발은 모든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이 결합된 분야다. 국가적 차원에서 도전해야 할 과제이고 그 역량이 국력을 상징한다. 각종 첨단기술과 관련 산업의 고도화를 견인하는 파급효과 또한 엄청나다. 막대한 시장 또한 열리고 있다. 한국의 우주영토 확장과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일관된 개발 계획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