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서 주장하는 공매도의 가격발견기능이란, 적정 가치 이상으로 고평가된 종목에 공매도 주문이 집중되어 해당 종목 주가를 하락시키지만, 공매도 된 물량 역시 반드시 청산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모든 공매도 투자자가 ‘가격수용자(price-taker)’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즉, 특정 종목의 주가가 내재 가치에 비하여 현저히 높다고 판단되면 공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될 때 매수청산할 뿐, 공매도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시장 가격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는 공매도가 특정 종목의 주가를 하락시켜 반대매매를 이끌어낸다면, 주가를 더욱 하락시켜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더 큰 수익을 준다는 점을 간과한다. 공매도가 반대매매를 야기하여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수동적인 가격수용행위(price-taking behavior)가 아닌 능동적인 가격교란행위로 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수’와 ‘공매도’가 다를 것이 없다고 하지만, 미수는 반대매매(?)를 통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만들 수 없지만, 공매도는 반대매매를 통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결국 공매도 투자자들의 가격교란행위를 막는 것이 공매도 순기능 실현의 전제 조건이다.
현행 공매도 제도에서도 가격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하여 업틱룰을 적용하고 있다. 즉, 직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공매도 주문은 금지한다. 그러나 현행의 업틱룰 하에서도 기관이나 외국인 등 소위 큰 손들은 공매도 주문과 실제 매도 주문을 적절히 혼합하여 가격을 충분히 하락시키고 반대매매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업틱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가격수용행위가 아닌 가격교란행위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공매도 허용이냐 금지냐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가 아닌, 업틱룰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령 극단적인 예로 직전 거래 가격이 아닌 전일 종가 이하의 공매도 주문을 금지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공매도 주문을 통한 가격교란행위는 차단되겠지만, 가격발견기능 역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금 완화시켜 하루 중 오전장에서는 전일 종가 이상으로만, 오후장에서는 전일 종가와 오전장 거래량 가중평균 가격 중 낮은 가격 이상으로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한다고 하자. 공매도 투자자들의 가격교란행위를 제한하면서, 가격발견기능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가격발견기능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면, 시간 간격을 더 세분화해서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0시부터 11시까지 등으로 좀 더 짧게 구분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방안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오히려 현행의 업틱룰이 시간 간격을 1초도 채 못 미치도록 잘게 쪼개 놓음으로써 공매도 투자자가 직접 공매도 주문의 하한선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극단적인 형태라 볼 수 있다.
요컨대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가격발견기능인데, 이 가격발견기능은 공매도 투자자들의 가격수용행위를 전제로 한다. 공매도 주문을 통해 반대매매를 이끌어내고 헐값에 공매도를 청산하는 행위는 분명히 가격수용행위가 아닌 가격교란행위이다. 이에 대하여 금융당국에서는 일시적으로 반대매매 조건을 완화하여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대증적인 대처에 불과할 뿐 근본적 원인에 대한 치유책은 아니다. 공매도의 순기능만을 살리기 위해서는 업틱룰의 시간 간격을 늘려 공매도 투자자들이 가격수용자로서 행동하도록 제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