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사태 이후 잠잠했던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이슈가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추진 소식에 재점화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이 모회사의 가치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정부 당국은 부랴부랴 소액주주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품은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7월 29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12%(500원) 오른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담당 부문에 대해 물적분할에 나선다는 소식이 돌자 7월 12일 주가가 4만800원으로 하루 만에 15.7% 급락한 후 소폭 회복된 상태다. 당일엔 매도세가 몰리면서 4만200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담당 부문 브랜드 사업부를 물적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분사를 마쳐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이다.
소액주주는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한다. 과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코스닥 기업 앤씨앤의 물적분할 사례에서 모회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가치 하락 사례가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카페와 단톡방을 개설하는 등 바로 단체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 지분을 모아 ‘디비(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이어 DB하이텍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다. 주주들을 결집해 빠른 시일 내로 5% 공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DB하이텍 소액주주는 “왜 17%밖에 없는 대주주 때문에 63%인 주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물적분할이 필요한 이유가 회사 때문인지 묻고 싶다”라며 “물적 분할이 이뤄지면 지분구조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를 못 벗어나는 만큼 주주들이 뭉쳐야 한다”라고 전했다.
정부 당국은 불만이 거세지자 소액주주 보호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물적분할 자회사 상징 시 주주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주식매수청구권, 공시·상장심사 강화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물적 분할 상장심사를 강화해 주주 보호 노력이 부족할 경우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고, 구체적인 안은 3분기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응에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는 기세다. 주주행동주의펀드 연합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 가격이 시가로 고정된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물적분할 및 관계사와의 합병 검토 소식에 대응해 한화빌딩 앞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