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불확실성 탓에 지속 성장세 우려
글로벌 경기 침체 탓 글로벌 업황 안갯속
투자 신중ㆍ프리미엄 제품 통해 위기돌파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앞세워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했다. 다만 하반기 메모리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 제품 재고 수준을 지켜보며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는 한편, 고용량ㆍ차별적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7일 경영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 13조 8110억 원, 영업이익 4조192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5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만에 다시 4조 원을 넘어섰다.
역대급 실적 뒤에는 낸드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 환차익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분기에 D램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했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며 “달러화 강세가 지속하고 솔리다임의 실적이 더해진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분기 대비해 5%p(포인트) 상승했다. 달러 강세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매출은 5000억 원, 영업익은 3000억 원 이상의 증가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만에 4조 원대 영업이익과 3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한 점도 눈길을 끈다. 주력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의 수율 개선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아졌다.
다만 하반기에는 메모리 업황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하면서 개인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비용 감축 움직임도 감지된다. 메모리 가격 하락도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 실질적 수요 위축에 직면하게 됐고, 메모리 수요 전망도 애초보다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올해 수요 증가율은 연초 대비 많이 둔화해 D램은 10% 초반, 낸드는 약 20% 수준이 예상된다”라며 “당사의 3분기 출하량도 기존 계획보다 낮아져 D램, 낸드 모두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출하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의 재고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등의 여러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생산량 및 투자 계획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는 SK하이닉스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또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감소를 고려해 내년 자본 지출 규모를 16조 원으로, 종전 계획보다 25%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3분기를 포함한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가 어떻게 될지 매우 불확실하다”며 “메모리 업계 및 고객단에서 재고 수준이 기존 평균보다 높아지는 경향성이 있으므로 내년 카펙스(시설투자)는 상당 폭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거시 경제ㆍ시장 수요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근본적인 사업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또 장기적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 등을 통해 메모리 산업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노 사장은 “D램 1anm(A나노)와 낸드 176단은 현재 수율 개선과 함께 비중 확대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238단 낸드플래시의 연내 시험 생산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리미엄 제품 전략은 고용량 및 차별적 제품 확대 두 가지로 내년 1A나노를 본격 확대하며 12Gb/16Gb LPDDR5과 16Gb/24Gb DDR5 제품들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특히 시장 성장률이 높은 HBM에서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중장기적 로드맵 또한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데이터센터 수요가 견조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 또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DDR5 등 서버 분야 고용량 제품에서의 높은 지배력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올해 일부 중앙처리장치(CPU) 지연에 따라 DDR5향 수요가 사실상 축소된 것은 맞지만 내년 초부터 본격 회복할 것”이라며 “1~2분기 지연됐으나 큰 틀에서는 내년에 DDR5로 전환하고, 이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