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는 증권 관련 세제 개편이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인하에 따른 거래비용 감소로 주식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유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 차원의 신속한 결정이 없다면 무의미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2년 유예 △양도 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증권거래세 인하 등이 주요 골자다.
당초 내년부터는 주식, 채권, 펀드,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실현된 소득을 합산과세하는 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금투세 2년 유예’ 방안을 밝히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2년 뒤에는 과세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년 뒤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 다시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현행 제도는 종목당 10억 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대주주로 분류돼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종목당 100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으로 기준을 바꿨다. 지분율 기준은 삭제했다.
증권업계는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로 해마다 되풀이되던 증시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만 되면 대주주 산정 시점을 앞두고 주식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은 보유한 주식을 연말에 모두 던지고, 이 물량을 기관과 외국인이 받았다. 연말이 지나면 개인은 다시 해당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수급 왜곡현상이 반복됐다.
A증권사 관계자는 “연말이나 연초 변동성이 심한 경우가 반복됐는데, 시총이 낮은 기업에 대해선 변동성을 줄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는 세율 인하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코스피는 올해 0.08% → 2023년 0.05% → 2025년 0%로, 코스닥은 올해 0.23% → 2023년 0.20% →2025년 0.15%로 조정된다. 원래 계획은 내년 코스피 세율 0%, 코스닥 0.15%였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증권거래세 인하가 증시 거래대금에 미치는 영향은 잠깐이었다. 1995년 7월 증권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인하됐을 당시 월 거래대금은 직전달 8조500억 원보다 두 배 넘게 급증한 19조49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다음 달 12조6900억 원으로 줄어든 뒤 불과 5개월 만에 거래세 인하 직전 수준(8조4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듬해 4월 증권거래세율을 0.45%에서 0.3%로 대폭 인하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월(8조72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19조900억 원)했던 거래대금이 불과 두 달 만에 절반 수준(10조5200억 원)으로 떨어졌다.
B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양도세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인하 후 폐지하겠다는 것 같은데, 현 정권에서 추진하는 것과 다른 방향인 듯싶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체로 세제개편에 따른 증시 활성화를 기대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을 낮추는 건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인데 원론적 입장에선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세제개편 확정을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업과 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과세 체계 조정은 세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내년 금투세 도입에 맞춰 컨설팅을 받고 전산을 구축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시간이 넉넉지 않다.
C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투세 2년 유예를 결정했는데,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 원 구성도 안 되고 있다”라며 “원래대로 1월 1일에 시행될 수도 있고, 아예 폐지될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전산 개발만 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