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우호적이지 않은 이런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매출액을 늘릴 수 있는 기업들부터 찾아야 한다. 기업의 매출액은 판매가격과 판매량의 곱으로 계산할 수 있다. 매출액이 증가하려면 판매가격을 올리던가 판매량이 늘어나야 한다. 두 조건 모두 충족되면 더없이 좋다.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든가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 비싸도 잘 팔리기 때문인데 명품 브랜드 회사가 대표적이다. 전자제품, 차, 잡화, 레저용품 등은 신제품이 나와도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거나 미래가 불확실하면 구매를 뒤로 미룰 정도로 가격에 탄력적인 데 반해 명품 수요자들은 경기나 가격에 그리 민감해하지 않는다.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에 속한 1등 기업이거나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가격 비탄력적인 생필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판매량 감소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역시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면 남들과 다른 우월한 제품 경쟁력을 갖춰야만 실적 증가가 가능하다. 여기에 수출까지 터지면 금상첨화다. 아무리 필수 소비재라고 해도 국내 시장 자체가 워낙 좁아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식음료 기업들이 내수주인 데 반해 삼양식품, CJ제일제당은 수출주다. 이들 기업의 수출 비중은 각각 60%, 50%일 정도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만큼 해외에서도 판다. 해외에서 그렇게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다른 기업들보다 실적과 주가 모두 강점을 보인다. 경기침체로 가계 사정이 이전만큼 좋지 않다고 해도 음식은 계속 먹어야 하니 판매량은 줄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 이상으로 판매가격을 못 올린다면 이익 증가가 어려울 것이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들은 적정 마진 확보를 위해 판가와 원자재 가격 간 차이를 유지하려 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그게 어렵다. 자칫 가격을 올렸다가 오히려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진이 줄더라도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낫긴 한데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
우리가 1등 기업, 대장 주를 선호하는 것도 결국은 그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주식시장이 어려워지면 대형주 위주로 종목을 압축하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불확실한 상황에 빠질수록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기업들만 실적이 잘 나오기 때문에 투심도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선별해야 하는 때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들어가서 기업의 사업보고서부터 펼쳐보자. 양이 많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항목들은 뻔하다.
기본적으로 사업의 내용 편과 재무제표는 봐야 한다. 사업의 내용 편을 열면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회사가 속한 산업의 전망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의 시장점유율, 회사의 주요 제품과 판매가격, 주요 원재료 가격 추이 정보를 통해 판가와 원가의 차이가 유지되는지, 벌리는지, 좁혀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출과 내수의 비중, 공장 가동률 등을 살펴보면 실적 성장성에 대해 가늠을 해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핵심 자료들을 뽑아서 재무제표와 같이 분석하면 우량기업 여부에 대한 확신이 들 것이다.
잘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면 주가가 내려갈 때 불안감이 증폭되지만,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에 투자하면 어려운 시기에 버틸 힘이 생긴다. 곧 좋은 실적과 주가로 화답하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