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현실은 아니었다. 어른들이 보는 미국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 최신판 ‘사우스 파크 : 스트리밍 전쟁 파트2’ 속 가짜 광고에서 일어난 일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그는 ‘행운은 맷 데이먼 편(FORTUNE FAVORS MATT DAMON)’이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물을 소변으로 대체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가뭄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을의 전체 상수도를 오줌으로 교체해 큰돈을 벌려는 악당의 사업을 홍보해주는 것이다. “오줌은 거의 모든 것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잔디에 물을 줄 수 있고요. 샤워도 할 수 있습니다....”
맷 데이먼 외에도 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리즈 위더스푼, 래리 데이비드,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도 사우스 파크에서 소변 테러를 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으로서 가상화폐 플랫폼 광고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맷 데이먼은 작년 10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크립토닷컴(crypto.com)’ 광고에 모델로 출연했다. ‘행운(부)은 용감한 자의 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광고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홍보가 됐고, 유튜브 조회수도 지금까지 1836만 회를 넘었다. 그러나 이 광고가 화근이 될 줄이야.
‘믿고 보는 배우’ 맷 데이먼의 말에 홀려 ‘용감하게’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쪽박을 차게 되면서 그 비난이 전부 그에게 집중됐다. 맷 데이먼의 크립토닷컴 광고는 비트코인 가격이 6만622.14달러였을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1400억 달러였다. 그러나 광고가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은 갑자기 폭락했다. 그러면서 이더리움, 테더, 도지코인 같은 다른 가상화폐 가격까지 끌어내렸다. 7월 17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대로 8개월 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맷 데이먼의 광고가 시작된 날 투자해 지금까지 유지한 사람이라면 약 70%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코인시장이 쑥대밭이 되자 온라인에는 맷 데이먼을 조롱하는 댓글과 밈이 넘쳐났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You can’t spell ‘crypto’ without ‘cry’”였다. 눈물(cry) 없이는 가상화폐(crypto) 철자를 쓸 수 없다는 것. 맷 데이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와 좌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8개월, 잠잠해지나 싶더니 시장 혼란이 계속되면서 맷 데이먼은 다시 동네북이 됐다. 급기야 사우스 파크는 그에게 오줌까지 먹이고야 말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 미국 남성 중 약 40%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립토닷컴은 미국프로농구(NBA) 인기 구단 LA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홈구장인 LA스테이플스센터의 이름을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변경하기 위해 7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또 미국 이종격투기대회 UFC,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여기에 ‘본 아이덴티티’의 마초맨 제이슨 본(맷 데이먼)까지 추가하면서 젊은 남성들을 유인했다. ‘행운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 ‘당신이 진짜 남자라면 가상화폐를 사라’고 속삭이며 최면을 건 모양새다.
이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험한 도박을 권하는 것과 다름 없다. 마치 가상화폐가 절망 속에서도 부(富)를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티켓인 양.
행운은 진짜 용감한 자의 편일까? 광고 영상에 박제된 연예인들은 이제 더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그랬다. “용감함은 행동의 시작이지만, 결과는 운이 결정한다”고.
진짜 돈을 주고 가짜 돈을 산 것까지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큰 부를 손에 쥐는 행운은 별개라는 것. 행운은 용감한 자의 편이 아니다. 준비된 자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