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개편 혼란 속 …우아한형제들 "장소ㆍ시간 맘대로" 근무혁신

입력 2022-07-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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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2시간 자율근무제 도입
정부 52시간 유연화 논의에도
코웍타임 지정 근로시간 축소
해외ㆍ재택ㆍ몰아 일하기도 가능

우아한형제들이 ‘규율 위의 자율’이라는 경영 철학으로 주 32시간제를 넘어 ‘근무 장소·시간 자율 선택제’를 도입했다. 정부와 주요 벤처 협·단체를 중심으로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노동 유연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율과 근무시간 단축을 기반으로 한 근무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내년부터 근무 장소와 근무 시간 모두 직원이 각자 선택해서 일할 수 있는 ‘자율선택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사무실 출근, 재택 등 관계없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근무 시간도 주 32시간 기준 월 단위 총 근무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업무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하는 장소가 나라 밖에 있어도 무관하다. 시차가 있는 지역일 경우 구성원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코웍(Co-work)타임’에만 일하면 된다. 총 근무 시간만 지키면 돼 업무 스케줄과 컨디션에 따라 어떤 주에는 20시간 근무를 하고, 다른 주에는 50시간을 근무해도 상관없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5년부터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등 근무제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주 35시간에서 올해 1월 주 32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했고, 4월에는 개인별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자율을 기반으로 한 근무제 혁신이 생산성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사측은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압축적으로 집중해 근무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범준 대표는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근무환경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니즈가 점점 변화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점진적으로 자율근무제를 도입하고자 했다”며 “핵심 가치인 ‘규율 위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근무제도 하에서 보다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 등 주요 벤처 협·단체 중심으로 주 52시간제 유연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이영 중기부 장관은 게임·소프트웨어(SW) 기업인과 만나 “주 52시간제가 직무·업종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도입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행 주 52시간제의 개선과 노동 유연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IT 업계 현장에서는 노동 유연화 가능 여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귀한 몸이 된 개발 인재 확보를 위해 자율근무제 도입 등 처우 개선에 열중하고 있는데,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실질적인 근무 형태 변화로 이뤄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6년 차 IT 개발자 A 씨는 “위에서 무리한 업무 지시가 들어와도 오히려 실무 리더들도 쳐낸다”면서 “회사에서 주 52시간 넘게 일하자고 해도 실질적으로 넘게 오래 일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CTO는 “개발 인재 구하는 경쟁이 치열해 늘 고민”이라면서 “주 52시간제 완화 등 잘못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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