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해운업계에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수요 감소 요인에 해운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운임 하락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고운임 기조가 정점을 지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미국 등의 금리 인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소비심리 위축 현상으로 지갑을 닫게 되고, 해상물동량도 줄어들며 운임도 하락하고 있다. 실제 해운운임과 관련한 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수출컨테이너 운송시장의 운임을 반영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기준 4143.87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5046.66과 비교하면 약 17.89% 하락한 수치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광물, 곡물 등 벌크화물 운임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올해 1월 4일 2285였지만 이달 8일 2067로 주저앉으며 9.54%가량 하락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1일 발간한 ‘주간 해운시장포커스’를 통해 “계절적 성수기에도 컨테이너 운임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남미를 제외한 대부분 원양항로에서 운임하락이 지속돼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4주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KMI는 컨테이너 운임 현황에 대해 “시장의 수급상황 완화로 운임 정점 구간을 지났다”며 “일부 구간에서 반등이 있을 수 있으나, 과거와 같은 운임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호황 기대에 글로벌 선사가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선 점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발주 행렬에 따른 컨테이너선 공급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 증가율은 둔화될 가능성이 큰데, 2023년 신조선 인도 증가로 컨테이너 공급증가율은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운임 다운사이클 진입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