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에 내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된다. 정부는 공공요금인 철도·우편·상하수도 등에 대해 동결 원칙을 정했지만 기업의 생산비용과 직결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 추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내달부터 월 350kwh를 쓰는 4인 가구는 약 1535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에 따라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도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11원 인상돼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평균 222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사상 최대인 7조 7869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치솟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가스·수도는 올해 4월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된 영향 등으로 1년 전보다 9.6%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폭을 키웠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올해 4월 기준 연료비를 kWh당 4.9원 인상한 바 있다. 가스요금도 4월과 5월 연이어 올렸다. 내달부터 두가지 요금이 더 오르면 소비자 물가 추가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다른 공공요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곧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비롯한 다른 부문으로의 도미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 이와 연동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더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26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6~8월은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 원자재가격, 국제 곡물가 급등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단기간 내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텐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6%대 상승률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8%) 이후 겪어 본 적 없는 상승률이다.
정부는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경영 효율화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을 최대한 흡수할 방침이다. 우선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의 경우 한전 그룹사에 대한 경영효율화, 성과급 반납, 연료비 절감, 출자지분 매각, 부동산 매각 등의 6조 원 대 자구방안 추진과 함께 연말까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0%) 적용 등을 통해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철도·우편·상하수도, 쓰레기봉투료, 시내버스요금, 택시요금, 전철요금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하반기 동결 원칙에 따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7~9월 복지할인 한도를 40%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