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0년 만에 낙태죄를 부활시키면서 낙태 합법화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국내는 지난해부터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됐지만, 입법 공백에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낙태죄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적용되다 지난해 효력을 잃었다.
앞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 선언으로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변형 결정 중 하나다. 헌재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도 주문했다. 낙태 허용 범위와 임신 중지 여성의 권리 보호 방안 등을 입법을 통해 마련하라는 취지다. 헌재는 “이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다.
반면 위헌 판단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낙태죄를 대체할 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는 정부안과 의원안 등 개정안이 발의된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마다 낙태 허용 시기 등이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2020년 10월 내놓은 정부안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는 허용하되 15~24주인 경우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 일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벗어나면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법안도 일정 기간 이후 낙태는 금지하도록 했다. 반면 더불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부모가 유전학적 정신장애,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에만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관련 법 시행령은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지만 낙태가 완전히 ‘합법화’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로 낙태죄에 대한 국내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여성계, 종교계, 의료계 등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