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ㆍ빅데이터ㆍ기술제휴까지…디지털 헬스케어 속도내는 병원들

입력 2022-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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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의료진(왼쪽)과 보호자(오른쪽)가 화상 상담 및 동의서 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의료진(왼쪽)과 보호자(오른쪽)가 화상 상담 및 동의서 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세의료원)

국내 주요 병원들이 디지털헬스케어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병원시스템에 ICT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검사, 수술, 치료 등 진료 전반에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을 기본으로, 병원 운영과 연구개발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해 병원들이 직접 디지털치료기기나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또한 의료기기와 의료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주요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성과 창출에 나섰다.

디지털헬스케어 인식 달라져…정부도 적극 지원

한 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이 중심이었던 디지털헬스케어 구축은 코로나19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의료기관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한국의 ICT 기술 수준이 높고 관련 기술도 많아,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과 개원가도 디지털헬스케어 구축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케어 도입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601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인 대상 디지털헬스케어 수요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의료인 중 71.8%는 디지털헬스케어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은 만성질환으로 응답한 비율이 73.7%로 가장 높았고, 도입을 고려해볼 만한 서비스는 건강정보 수집 및 모니터링이라는 답이 92.5%에 달했다.

또한 디지털헬스케어 기대효과로 환자 편리성 향상(27.5%), 업무효율성 향상(18.5%), 임상적 판단 신뢰도 및 정확도 향상(12.8%) 순으로 조사됐다. 우려사항으로는 오류나 의료사고 위험성(65.2%), 개인정보 보호․보안 문제(16.5%), 법·제도 위반·제제 가능성(7.2%) 순이었다. 이어 디지털헬스케어 도입을 위한 개선 사항으로는 데이터의 신뢰 및 정확성 확보(46.1%), 개인정보보호 보안체계 마련(13.6%), 의료현장 시범활용 및 확산 지원(13.6%) 등으로 나타났다.

▲ eICU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지역 중환자 병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 eICU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지역 중환자 병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정부도 육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5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이 포함됐고, 디지털헬스 분야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 구축 등이 담겼다.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국정과자에 포함돼 그동안 디지털헬스케어 구축에 걸림돌로 여겨졌던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7일 디지털헬스케어 기기 제조업체 라이프시맨틱스를 찾아 규제혁신 추진을 약속했다. 오 처장은 “과학적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규제혁신으로 기업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처는 10일 규제개혁위원회의 ‘신산업 기업애로 규제개선 방안’ 확정으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변경허가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으로 전화하고,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생산·유통 기록 중복 보고 개선 등의 규제개선에 나섰다. 식약처는 “데이터, 통신 등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기기 목적 디지털 헬스케어기기에 대한 규제를 임상부터 사후까지 재설계하는 등 규제혁신이 안전관리는 물론 신산업 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대학병원들, 디지털헬스케어 구축 성과 제시

디지털헬스케어 구축을 위한 국내 주요 병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개원 당시부터 스마트병원을 목표로 디지털 병원시스템을 구축해온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디지털 뉴딜 분야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 및 비대면 협진시스템(e-Intensive Care Unit, eICU)’ 개발에 성공했다.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 통합관제 시스템은 거점병원 내 중환자실 통합관제 센터와 협력 의료기관과의 협진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중환자들의 생체징후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비대면 협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방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중환자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성공적인 스마트 병원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의료기관의 ICT도입 활성화에 기여해 지난 4월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제공=고려대의료원)
(제공=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은 5월 SK텔레콤과 협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식별자 서비스 ‘이니셜’ 앱(APP)에 모바일 진료카드 서비스를 병원 최초로 선보였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스마트 어플리케이션 ‘고대병원’을 출시하는 등 환자 중심 스마트 진료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이다. 고려대의료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는 본인확인, 접수, 수납, 처방전 발행 등을 앱 하나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전주기 환자 케어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고대의료원은 “병원 방문 전 PHR(개인건강기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활용한 사전문진 등 환자 정보를 축적해 진료 시 활용할 계획이다. 퇴원 후 AI 기반 콜봇을 활용한 환자 케어, 식이요법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15일 디지털 헬스 분야 글로벌 리더십 확보와 개방형 디지털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해 디지털헬스센터를 열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디지털헬스센터 개소를 통해 연세의료원은 ‘사람을 살리는 디지털’을 비전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CT 개방형 스마트 오피스 구축하며 의료환경을 선도하고 글로벌 디지털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는 △연세의료원 IT조직 역량 집중 △디지털 혁신기술 리더 양성 △개방형 디지털 혁신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 생태계 환경 조성을 중점사업으로 디지털 정밀의료 혁신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의료정보조직 통합, 융합 연구 공간 마련, 개방형 스마트 오피스 구축, 의료 ICT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디지털 기술 연구와 실증 등을 수행한다. 지난 3월에는 내부 온라인 업무 툴(Tool)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S Teams)를 고도화해 의료진은 물론 환자·보호자와도 소통 가능한 온라인 의료서비스 기반을 조성하며 스마트병원 기반을 강화했다.

주요 병원과 기업간의 디지털헬스케어 구축 협력 사례도 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4월 GE헬스케어코리아와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의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아주대병원도 지난달 말 나노엑스, 스윙크와 협약을 맺고 AI 기반 디지털 의료분야에서 혁신적 의학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다. 나노엑스와는 AI 기반 의료영상장비 실증연구를, 스윙크와는 노인정신건강 관련 디지털 치료분야 연구를 수행한다.

지난달 연세의료원은 카카오헬스케어와 디지털헬스케어 연구 및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번 협약으로 연세의료원은 카카오와 의료 인공지능, 의료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의료서비스 기반 마련을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대의료원은 올해 필립스코리아, LG전자, 카카오헬스케어 등과 스마트 병원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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